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묵묵 Aug 22. 2020

르완다 생활의 불편함

살면 신경 쓸 일이 많은 곳

르완다에 살면 일부러 신경 써야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고국 땅에서 당연시했던 많은 것들이 여기서는 자기 머릿속의 프로그램대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화가 다르고 인프라가 다른 남의 나라에 왔으니 태어나 자란 대한민국에서 영위했던 익숙했던 삶을 그대로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이기도 합니다. 제가 3년 반 정도 거주하며 부대끼고 있는 르완다 생활의 불편함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가난하고 경제개발이 늦은 나라라서 도시의 인프라가 부족한 데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함입니다. 키갈리는 수도인데도 대중교통이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고, 영화관은 시내 중심가에 하나뿐인데 걸리는 영화는 언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달씩 늦습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쇼핑몰은 없고, 그나마 큰 슈퍼에 가도 없는 물건이나 떨어진 재고가 많습니다. 병원 시설이 열악하고 의사들의 실력이 낮아서 오히려 병원에서 죽는다는 사람들이 많아 병원에 가기가 두려운 점은 불편함을 넘어서는 불안함입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불편함은 르완다인들의 부족한 위생 개념과 좋지 않은 위생 여건입니다. 저는 여기서 장염 3차례, 식중독 2차례, 아메바 2차례, 헬리코박터와 말라리아에 걸려봤습니다. 균을 가진 모기한테 물린 말라리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결한 물이나 식재료 혹은 음식들로 감염된 질병들입니다. 이는 많은 르완다인들이 위생에 대해 철저하지 않은 게 원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음식점에서 종업원들은 서빙할 때 젓가락이나 커피 잔의 입에 대는 부분에 손이 닿고도 무심합니다. 화장실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본 후에 손을 안 씻는 인간들도 많습니다. 슈퍼에서도 음식 만질 때 조심한다고 장갑을 끼고서는 장갑 낀 그 손으로 계산기나 볼펜이나 전자레인지 손잡이 등 이것저것 다 만지니 장갑을 낀 의미가 없습니다. 음식 재료도 제대로 씻지 않는 식당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명 체인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시켰다가 상추 사이에서 애벌레가 꿈틀거리면 나오는 것을 보고는 르완다에서 샌드위치 먹을 생각을 아예 포기했습니다. 몇 번 탈이 난 이후로 한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도 상추는 포기했습니다.


르완다에서는 알아서 해주는 일이 없습니다. 회사에서 업무지시를 할 때도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중간중간 잘 챙겨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처럼 목표와 큰 방향만 정하고 일을 시작하고 기다리다가는 엉뚱한 결과를 얻기 십상이고 데드라인을 지키기도 어렵습니다. 지시에 대해 자기가 이해하는 바를 이행 전에 물어보는 직원들이 드물고 중간 과정의 결과물을 공유하여 지시를 명확히 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이는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손님 상에 반찬이 떨어져도 서빙하는 종업원들은 눈치껏 서빙하기보다는 손님이 시킬 때까지 가만히 서있습니다. 반찬 그릇이 비어 손님이 추가를 시켜도 오직 주문받은 반찬만 가져오느라 떨어져 가는 다른 반찬은 신경을 쓰지 않아 두 번 세 번 걸음 하는 일이 제가 갈 때마다 매번 반복됩니다.


국가의 행정은 주민의 편의를 도모하기보다는 일방 통행적인 면이 많습니다. 외국 귀빈이나 대통령이 지나가는 도로는 설명도 없이 갑자기 통제하여 운전자들을 우회할 대안도 없는 도로 위에서 무작정 기다리게 합니다. 중요한 행사가 열릴 때는 컨벤션센터 앞길의 보행자 전용 도로도 하루 종일 때로는 며칠씩 막아버립니다. 막힌 부분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한참 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서야 그 길을 돌아 나와야 합니다. 인도가 차도의 한쪽에만 설치되어 있거나 차도 위에 선만 그려놓은 데가 많아 보행자들은 불편과 위험을 동시에 감수해야 합니다. 정부는 야경과 치안을 위하여 단독주책이나 공동주택 외벽의 등을 밤새도록 켜놓도록 강제하여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전기요금을 부담시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르완다의 생활이 불편하기는 해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불편함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으나 르완다에서의 불편함은 잘해야 참을 인자 두 번이면 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최빈국에 살면서 이 정도 불편함이야 당연히 감수해야지 생각하면 그 불편함에 짜증이 나기보다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이 땅에서 평생 살아야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잠시 거쳐가는 나는 양반이네 하고 말입니다. 르완다 생활이 길어지면서, 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이 극대화되면서 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투덜 돼 봤습니다.


2020년 8월 22일

묵묵

작가의 이전글 60세에 다시 태어나는 꿈을 꾸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