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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Sep 09. 2020

헷갈리는 르완다 물가

너무 많이 내는지 아니면 반대로?

빈부 격차가 큰 르완다에서 상류층이나 외국인들 상대 물가는 한국보다 결코 싸지 않습니다. 평범한 점심식사를 위해서는 보통 르완다 화폐로 10,000 프랑이고 우리 돈으로는 12,000원 이상이 듭니다. 슈퍼에서 판매하는 생필품이나 공산품들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국 시세보다 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엊그제 장 보러 갔다가 참치캔 하나를 3,500프랑이니 우리 돈으로 약 4,000원이나 주고 샀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숟갈 남은 고추장으로 참치 비빔밥을 해 먹으려다 보니 비싸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슈퍼에 참치캔이 없을 때도 많으니 살 수 있는 게 다행이거든요.


반면 킬로 당 우리 돈 4,000 원 정도 하는 소고기나 1,500원 정도만 내면 킬로 이상 살 수 있는 야채 류는 한국보다 분명히 쌉니다. 또한, 하층민들의 월급이 아주 낮기 때문에 인건비도 저렴한 편입니다. 3십만 원이면 운전기사를 둘 수 있고, 십만 원이면 입주 가정부를 둘 수 있고, 팁으로 500프랑만 주면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심부름을 시키고도 남습니다. 집 지을 때 고용하는 특정한 기술이 없는 건설 노동자의 일당은 수도 키갈리에서는 하루에 3천 프랑이고, 시골에서는 천 프랑만 주면 된다고 합니다.


이런 빈부 격차가 심한 르완다에서 외국인으로서, 상류층으로서 살다 보면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은 서비스의 요금에 대해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관행화되고, 주변 한국인들이 주는 만큼 따라서 지불하기는 하는데 이게 적정한지 아니면 너무 적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많이 주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거든요. 이런 혼란스러움은 생존기반을 현지에 둔 교민들이 주던 것보다 파견 나온 회사원들이 팁을 훨씬 더 많이 주는 바람에 현지인들의 눈높이를 올려버렸다는 볼멘소리를 실제로 들은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거주하면서 한국의 물가를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불한 서비스 요금이 영구히 거주하는 교민들의 생활비를 올렸다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식당에서 음식 먹은 팁으로 주로 500프랑을 줍니다. 물론 서비스가 좋을 때는 천 프랑을 주기도 하고 술 한 잔 하고 알딸딸하게 관대해져서 5,000프랑을 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팁이 순전히 고객의 재량인 르완다에서 500 프랑의 팁은 저의 원칙입니다. 이 500 프랑은 사실 제가 혼자 먹은 음식값의 5%도 안됩니다. 하지만 서빙하는 종업원의 입장에서 보면 한 달 월급의 1%가 넘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점심을 먹고, 서빙하는 음식점 종업원에게 팁으로 1만 원에서 2만 원쯤 주는 격입니다. 이 500 프랑의 팁은 많은 걸까요?


저는 주로 아파트에서 잡일 하는 직원에게 제 차의 세차를 시킵니다. 한 번 세차할 때마다 2,000 프랑을 지불하는데 외부 세차장의 요금인 최저 3,000 프랑보다 싸고 주차장에서 바로 서비스를 받으니 편리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세차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의 공동 수도와 관리실의 청소도구를 쓰기 때문에 세차 시 원가라고는 자신의 인건비밖에 없습니다. 공짜 물과 세제로 30여 분 고생하여 차의 겉만 세차하고 2,000 프랑을 받는데, 이는 자기 월급의 5%가 넘습니다. 한국에서 자동 세차할 때보다는 저렴한 손 세차이지만, 월급의 5%나 되는 이 세차비는 비싼 걸까요?


거리에서 동정하는 아이들에게는 주로 동전을 주게 되다 보니 100프랑이나 200 프랑쯤 줍니다. 줄 때마다 한국 돈 150원이나 250원도 안되니 너무 적은 거 아닌가 하는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100프랑이면 이들 주식인 싱싱한 바나나를 10개 이상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물론 이 돈으로 슈퍼에 가면 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현지 아이들은 이 100 프랑, 200 프랑을 받으면서 너무 적다고 주는 사람을 우습게 보지 않을까요?


제가 취미로 테니스를 치는데 레슨을 받을 때마다 코치에게는 5,000 프랑을 주고 보조하는 볼보이에게는 1,000 프랑을 줍니다. 볼보이는 몇 분 일찍 와서 코트를 정비하고 제가 레슨을 받는 한 시간 동안 공을 줍습니다. 뙤약볕에 뛰어다녀야 하지만, 딱 한 시간 공을 줍고 하루 종일 땀을 흘리는 건설 노동자 일당의 3분의 1을 받는 겁니다. 이렇게 비교하면 비싼 것 같지요? 하지만 한국 같으면 이 돈 주고 어림도 없을 일이고,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청년들의 정식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싸 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저는 헷갈리면서 돈을 씁니다. 쓰면서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수고비를 주는 가벼운 마음과 동시에 그 작은 돈에 고마워하는 현지인들의 처지에 부담도 가집니다. 많든 적든 제가 르완다에서 쓰는 돈이 조금이나마 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제 혼란스러움 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만.  


2020년 9월 9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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