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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Sep 30. 2020

2% 아니 20% 부족한 르완다

모든 게 어설픈 나라

르완다 사람들은 눈이 높습니다. 아프리카 54개 국 중에서 소득 수준으로 하위권을 맴도는 입장이지만, 국가가 주력으로 키우려는 산업이 신발이나 가발 같은 제조업이 아니라 MICE, ICT와 금융인 걸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직 4G 인터넷도 정착되지 않은 처지임에도 5G는 언제 도입되냐고 묻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눈이 높은 건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상류층들 때문입니다. 이들이 해외에 체류하면서 들은 것, 본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눈도 높지만, 자존심도 셉니다.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 가진 것들은 자신들도 해야 되고 가져야 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르완다에는 선진국들에 있는 웬만한 것들은 다 있습니다. 대신, 만들던 수입하던 있기는 있는 그것들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어딘가 조금씩 어설프거나 흉내만 낸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살다 보면 주변에 2%는 확실히 넘게 불편한 것들이 널여 있습니다.


가령 사탕을 사보면 껍질이 사탕에 딱 붙어서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방에서 쓰려고 5리터짜리 생수를 사면 가끔씩 뚜껑이 잘못 닫혀서 스테이크 나이프와 드라이버를 동원해야만 열 수 있는 생수통들이 있습니다. 식빵을 팔 때 한국이나 선진국들처럼 봉지를 조이는 철사가 든 끈 대신 스카치테이프를 씁니다. 따로 집게를 써야 되니 보관할 때 불편하고 완전히 밀폐되지도 않으니 수분이 많이 날아가 빵이 딱딱하게 맛없어집니다.


풀서비스인 저희 아파트에서 제공한 토스터는 식빵을 한쪽은 태우고 다른 한쪽은 덜 익혀 내놓습니다. 창문의 잠금장치는 한 달에 한 번은 고장 나는 것 같고, 옷장과 신발장은 직각이 아니라 약간 비뚤어지게 조립이 됐는지 벽하고 간격이 위는 넓고 밑은 좁아 문을 열 때마다 흔들립니다. 책상은 고정장치 없이 상판과 다리를 서로 직각으로만 못질해놔서 수시로 쩍벌남이 되어 버립니다. 발코니에는 배수구가 없어서 비가 오면 청소부들을 불러다 빗물을 퍼내야 합니다. 큰비가 온 날 거실로 물이 넘친 적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원래 그러려니 하며 살기는 합니다만 시간이 가도 불편함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참다가도 바로 해결되지 않는 불편함을 마주할 때는 짜증이 납니다. 특히 당장 밥을 해야 되는데 생수통을 열 수가 없고, 졸려서 자야 되는데 창문이 잠기지 않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런 르완다 생활의 불편함이 한국의 발전상을 뜻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는 합니다. 한국에서였으면 당장 전화해서 AS를 받아 문제를 해결했을 테니까요. 그래도 잦은 불편 토로로 진상이 되기보다는, 르완다가 아니 아프리카 전체가 아직 발전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다 이해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게 속 편할 것 같습니다.


2020년 9월 30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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