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의 승자
의사들의 파업으로 시국이 참 어수선합니다. 하필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나라가 절단 나고 있는데 정부와 의사들이 죽어라 싸우고 있습니다. 둘 다 꼴 보기 싫어 죽겠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정부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고, 의사들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고 균형 있게 배치되지 않아 문제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의사 수 특히 지방과 비인기 과목의 의사 수가 부족하니 16년간 동결되어온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 의대와 지역 의사제도를 도입하여 절대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자며 OECD의 평균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 의사 수 데이터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대응하는 현실에서 봤듯이 의사 수의 부족은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절대악이라는 것입니다.
의사들은, 정확히 얘기하면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지방이나 비인기 과목의 의사 수가 적은 것은 의사들을 그쪽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과 관계없는 제도상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의사 수를 늘려도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지방과 비인기 과목의 의사 공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이미 의사 수가 충분한 수도권과 인기 과목의 의사 수만 더욱 증가할 것이니 의대 정원의 확대나 새로운 의대의 설립은 국가 의료 시스템 전체의 부실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 주장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저는 이번 싸움에 양측 모두에게 떳떳하게 밝히지 않는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정부에게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방 의료체계의 붕괴를 의사 수 확대로 이슈 전환을 하려는데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도입을 이뤄내면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정권 차원에서 몇 년은 실적으로 우려먹을 수 있습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순전히 밥그릇의 문제겠지요. 같은 크기의 시장에 사업자가 늘어나는 형국이니 높은 소득을 기대하고 고생 고생해서 들어선 꽃길에 누가 똥칠을 하는 데 참고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자! 과연 누가 이길까요? 협상력으로 보면 정부 입장에서는 의사 집단을 향한 정부의 협상력이 가장 강한 순간이 지금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앞에서 의사들도 장기 파업에는 부담을 느낄 게 분명합니다. 이런 사태 아래서 가 아니라면 정부는 강력한 의사 집단에 덤비는 이런 싸움을 아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일한 이유로 의사들에게는 지금이 협상력이 가장 약할 때입니다. 평소 같으면야 몇 년씩 파업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의사들이 정부와 싸움에서 질 리가 없거든요. 가장 협상력이 강한 순간이라 믿는 쪽과 가장 약하다고 느낄 수 있는 쪽이 붙었습니다.
저는 협상력이 가장 약한 순간에 있는 의사들이 그래도 이긴다고 예측합니다.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쪽이, 놀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도록 방해하는 쪽을 이기기는 힘들 테니까요. 우리는 숭고한 사명 의식으로 의사가 된 분들보다는 돈과 명예를 좇아 의사가 된 분들이 더 많고, 생명을 다루지 않고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도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우수한 성적의 의대생들이 우르르 몰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2년도 남지 않는 정권이 일 이년 일을 안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 의사들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언제 항복하느냐의 문제만 남았습니다.
만약에 제 예상이 틀려 정부가 이긴다면요?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국민들의 생명을 걱정하는 의사들이 돈과 명예만을 좇는 의사들보다 더 많다는 반증일 테니까요.
2020년 8월 29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