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의 대신에 관료주의
강력한 정부의 집행력 속에 사는 르완다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접과 제도들이 많습니다. 이유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국민들의 편의보다는 다른 목적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해가 지면 다음 날 새벽까지 밤새도록 집 외벽의 등을 켜놓지 않으면 벌금을 물립니다. 전기 요금을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야경을 예쁘게 하고 치안에 도움이 된다고 강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공시설이건 민간시설이건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야 됩니다. 주로 비질을 하거나 시설 주변에 풀을 베는 일이 대부분인데 사업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일을 강제로 규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월 고정비용을 부담해야 됩니다.
중고차 거래를 위하여 차량의 명의 이전을 위해서는 차량 검사가 필수입니다. 문제는 검사를 받으려면 아침부터 가서 몇 시간 줄을 서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사전 예약을 해야 되는데 5개월가량 밀려 있어서 8월에 신청한 저는 언제 검사를 받을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는데, 이런 사정을 무시하고 그냥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검사 일정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게 아니라 검사소 담벼락에 출력하여 붙여 놓습니다. 검사 일정을 알려주는 문자를 놓치게 되면 정말 갑갑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우무간다'라고 우리나라의 옛날 새마을 운동과 비슷한 행사가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집집마다 한 사람 이상은 오전 내내 동네 청소와 주민 토론회에 참석해야 됩니다. 단독주택에 살면 외국인도 예외가 없으므로 하우스보이라도 대신 내보내야 합니다. 불참하면 벌금이 5천 프랑입니다. 우무간다가 있는 토요일은 참석을 장려하기 위하여 은행과 상점들이 오전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습니다. 지금은 좀 완화되었으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경찰이 불러 세워 경고를 줬었습니다. 동네 행사라는 취지는 좋기는 하지만, 억지로 강제하여 주민들을 모아놓는 것은 보기에 영 좋지 않습니다.
이런 걸 보면, 대한민국은 정말 자유국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생활을 조금만 불편하게 해도 주저 없이 대통령 욕을 해대고 청와대 게시판을 원하는 내용을 도배를 할 수 있는 자유는 여기 르완다에서는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우리가 언제 이렇게 자유롭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는 정말 자유 대한민국입니다.
2020년 10월 24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