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가방 및 조리원 가방 싸기
태아 안녕 검사, 자궁수축 검사를 받는 시기에 또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36주가 채 되지 않은 시기였다. 임신 32주~34주 차 정도 되는 시기였을 듯. 1분 간격으로 자궁수축이 되어 조산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겨울 방학부터 봄방학을 준비하는 시기 동안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느라 밤낮 가리지 않고 컴퓨터 책상에 앉아 수시로 작업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종업식을 앞두고서는 출근해 하루 14시간~15시간 이상을 근무하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느라 내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쌍둥이의 경우 36주 무렵에 출산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36주가 기준이 되는 이유는 아기의 폐호흡 때문이라고 한다. 36주 전에 조산하여 폐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뇌성마비가 오기도 한다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만 있으라며 살림도 하지 말고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셨다. 하지만 암 재발이 되어 수술을 하신 어머니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워 그 몫을 남편이 대신해 주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잡아놓은 수술 날짜에 아기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나의 경우 첫 출산 준비라 아는 것이 없다 보니 언제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고
맘카페의 홍수 같이 쏟아지는 글들을 검색해 보는 것을 힘들어하다 보니
그냥 이때쯤 이걸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감'으로 하나씩 준비를 했다.
물론 기본적인 것(예를 들어 출산 가방은 언제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 같은)은 검색을 하긴 했다.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조금 더 미리미리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남았다. 누워만 있어야 하는 나+직장 생활하는 남편이 준비하기에 하루하루가 빠듯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정리한 출산 및 조리원 가방 리스트에는 정말 별의 별개 많았다.
엄마용: 맘스안심맘팬티, 마이비데(비데물티슈), 텀블러, 루이보스티, 목이 구브러지는 긴 빨대, 속옷, 편한 여벌 옷, 수유패드, 생리대, 수유브라, 물티슈, 양배추팩, 손목보호대, 산후복대, 압박스타킹, 긴 카디건, 양말 여러 개, 편한 도톰한 슬리퍼, 마스크, 흉터 연고, 산모 수첩, 노트북, 폰 충전기, 손톱깎기, 세면도구 등
아기용: 아기 속싸개, 가제손수건 20개 정도, 아기 모자, 날짜 확인 달력(조리원에서 아기 기념사진 촬영 용), 초점책, 아기 유산균, 비판텐 연고 등
각자 병원 및 조리원에 머무는 기간에 따라 조율하고, 병원 및 조리원 시설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가감하면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챙기는 것들이 대동소이해 보였다. 내가 사용하지 않았던 품목에는 가운데 줄을 그었다. (맘스안심맘 팬티: 담당 의사 선생님이 수술 흉터를 가리지 말라고 하셔서 팬티형 대신 대형 생리대를 착용/ 마이비데: 딱히 쓸 일이 없어서 한 박스 사놓았던 걸 당근으로 팔음/ 양배추 팩: 수술 3일 차 정도에 젖이 돌아 가슴 통증이 있긴 했으나 병원에서 얼음팩 찜질을 하라고 해서 대체함/ 산후 복대: 수술 흉터 가리지 말라고 해서 사용하지 않음/ 긴 카디건: 4월 중반에 출산했으나 병원 및 조리원에서 긴 팔 원피스를 입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생각함. 그러나 사실 이 시기에 잘 챙겨 입는 게 너무나 중요한 듯. 다시 출산 직후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카디건을 챙겨 입었을 것 같음)
수술 한 달 전쯤 출산 가방 준비를 마무리했다. 양수가 터지거나 갑자기 통증이 오는 경우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한 달 전쯤에는 준비해 놓으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나는 병원 일주일, 조리원 이주일 후 바로 친정에 가서 한 달 정도 머무를 계획이었기 때문에 챙기는 양을 조금 더 넉넉하게 준비하다 보니 큰 트렁크 하나, 작은 트렁크 하나가 가득 찼다.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에는 틈틈이 아기 손수건과 옷가지들을 빨고 개고 정리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치즈를 만날 준비를 하였다.
배란이 되고
수정이 되고
나의 뱃속에서 몇 달 동안 자라온 '치즈'를
만나러 떠나는 장기간의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