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선택의 굴레
인생은 늘 갈림길 속 선택의 연속이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 역시 그러했다.
기형아 검사를 간소하게 할 것인가 세밀하게 할 것인가, 입체 초음파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자연분만을 시도해 볼 것인가 제왕절개를 할 것인가(물론 이 부분은 선택함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조리원에 갈 것인가 산후도우미 이모님을 쓸 것인가 등등...
나의 경우 경험이 전무하고, 그간 친구들이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도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 여기며 귀담아듣지 않아...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검색해 보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선택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정말이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부분과 관련하여 무지렁이 왕초보인 것이다. 그래서 나 같이 늦게 결혼해서 늦게 아이를 가져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는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쓸 예정이다. 여하튼 대부분의 산모들이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간다고 하니까 조리원을 알아봐야겠다 생각하며 주변인의 추천을 토대로 조리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12주쯤에 조리원을 알아보고 미리미리 예약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출산 전에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원 이전할 때쯤, 임신 중기에서야 알아보았다.
* 산후조리원 선택 기준: 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들이 서로 다를 것이고 내가 메모한 것 외의 사항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기억을 더듬어 체크해 보면 좋을만한 요소들을 적어보았다.
방 크기 및 컨디션
마사지(붓기 관련) 및 가슴 마사지 서비스(모유 수유 관련)
밥과 간식
가격
병원 혹은 집 혹은 남편 직장과의 거리
주차 시설
소아과 연계 진료
신생아실 통유리창
프로그램이 많은 곳/많지 않은 곳(프로그램 많은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많지 않은 곳에서 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개인 선호도에 따라 체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보호자의 출입 자유(코로나 관련 규제가 완화된 지금은 보호자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 많아졌겠지만, 23년 4월까지만 해도 이에 대한 제약이 있는 곳들이 제법 있었다.)
모유 수유 교육
부모 교육 프로그램
모자동실 시간(너무 이르지 않은 곳, 사실 개인 취향에 따라 일정 시간이 본인에게 적합한 곳 선택)
소독 및 위생 관리
빨래 관리
기타 시설(유축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소모품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 산모의 경우 병원 입원 2~3일, 제왕절개 산모의 경우 병원 입원 5~6일 후 조리원으로 이동하는데 2주~3주 정도 머무른다. 2주 동안 조리원 생활을 하다 퇴소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 기간이 본인과 맞지 않아 더 일찍 퇴소하는 경우도 있고, 너무 좋아서 혹은 몸 컨디션 때문에 3주 있는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 첫째 자녀 출산의 경우와 둘째 혹은 셋째 출산의 경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첫째가 걱정되어 일찍 퇴소하기도 하고 반대로 첫째를 케어해 줄 수 있는 인력이 있어 몸 회복을 위해(집으로 가면 첫째까지 케어해야 하므로 산모가 충분히 쉴 수 없으니 조리원에서 충분히 쉬기 위해) 더 오래 조리원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조리원의 가격은 머무는 기간, 지역과 컨디션에 따라 각양각색인 것 같았다. 나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리원에서 2주 머무르기로 했고, 남편 직장이 청담동이었으나 그 근처 조리원들은 비싸서 그냥 거주지역 근처(그렇지만 바로 동네에는 조리원이 없어서 지하철 3-4 정거장 정도의 거리)로 알아보았다. 위에 메모한 사항들 중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에는 밑줄을 쳤다. 오래된 곳이라 시설이 조금 낙후되었지만 방이 큰 편이라 이주동안 답답하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신생아실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이모님들이 아기들을 돌봐주시는 모습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원장님과 이모님들이 친절하신 점도 좋았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마사지였는데... 조리원에 머무르는 동안 마사지를 잘 받아야 부기가 금방 빠진다고 하는데... 나의 풀코스 마사지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기를 제대로 빼지 못하고 퇴소를 하게 되었다. 중간에 마사지 업체가 바뀌면서 막판 며칠간은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으나 초반 열흘 기간 동안 시원찮은 마사지를 받아서인지... (혹은 그냥 부기가 잘 빠지지 않는 내 체질 문제일 수도 있다.) 팅팅 부어있는 상태로 퇴소를 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발목의 복숭아 뼈가 여전히 붓기에 묻혀 있을 정도)
임신 중기 무렵 또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아기 보험'이었다. 보장 내역이 다양하게 꾸려질수록 보험금은 올라가는데... 이게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좋을지... 감이 오지 않아 힘들었다. 두세 군데 보험사에 연락해서 예산안을 받아 꼼꼼하게 보장내역과 금액을 비교해 보았다. 빨간색, 파란색 펜과 형광펜을 사용해서 열심히 체크하며 분석해 보는데 며칠이 걸렸다.(일하면서 틈틈이 보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지금도 내가 제대로 잘한 게 맞는지 확신은 서지 않는다.
태아보험은 어린이 보험+태아특약으로, 태아 때 가입하여 출생 이후 영유아에게 발생하기 쉬운 사고와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산으로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경우 사실 태아 보험 없이 출산 후 어린이 보험으로 가입해도 무방하긴 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 고령 임신이라 만의 하나를 대비하여 태아보험을 가입하고자 했다. 친청 엄마가 나와 동생을 출산하실 때 응급 급제왕을 하셨고, 저체중으로 태어난 나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으며 엄마가 퇴원할 때 같이 퇴원하지 못했다고 하셨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 크기도 했다.)
* 태아보험의 가입시기
회사별로 태아보험의 가입시기가 상이할 수 있지만 보통 임신 22주까지 가입이 가능하다고 하다. 단 산모의 과거 질환이나 병력 사항에 따라 가입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보험사에 꼭 문의를 해보는 것이 좋다.
적절한 태아보험 가입시기는 임신 12주 이전, 1차 기형아 검사 이전을 권장하는 편이다. 혹시라도 1차 기형아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게 되면 보험 가입이 거절되기 때문이다. 2차 기형아 검사에서 정상소견이 나오더라도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진다고 한다.
*태아 보험시 고려해 볼 사항
30세 만기/100세 만기: 가장 큰 차이는 금액적인 부분과 보장기간이다. 30세 만기 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만기 기간 안에 보험의 재가입이 어려운 질병에 걸렸을 경우 가입제한 및 거절 위험이 있다고 한다. 반면 100세 만기 상품은 보험료가 비싼 대신 성인이 되어도 신규상품의 재가입이 필요 없으며 100세 만기보장이 가능하다.
TIP: 특약 별로 만기 기한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으므로 가족력 등을 고려하여 만기 기한을 따로 설정하면 좋을 듯. 꼭 필요한 담보와 불필요한 담보를 고려해 보며 꼭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 위주로 설계하면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음.
임신 중기 무렵, 이렇게 늦게나마 하나씩 하나씩 챙기며 아기를 만날 준비를 하였다. 모든 준비 과정에서 남편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잘 상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여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늘 함께 하는 것! 오늘도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예비 엄마 아빠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축복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