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현재'를 소중히 여기기
생각해 보니 나는 과거를 곱씹으며 추억하기 바빴고 미래를 염려하여 '현재'를 쪼며 지내기 일쑤였다.
그랬기에 늘 나의 현재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불만에 가득찰 수 밖에 없었다.
참 미련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게 투덜거리는 현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과거'과 되고
나는 또 그 '과거'가 되어버린 '현재'를 그리워하니,
어쩌면 나의 '현재'는 그리 나쁘지 않은 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기를 낳은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작년 이무렵의 나는, 배가 볼록 나오기는 했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출산 및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검색해보며 직접 '당근(중고거래)'을 하러 다니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임신 때 만큼의 배는 아니지만 임신 전보다는 배가 나와 있고
아기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어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겨울이 와서 아기와 둘이 산책하는 것 조차 어렵게 되었다.
아기의 인지력이 조금식 형성되는 요즘 낯가림이 시작되고 나와의 애착관계가 형성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기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면 울음바다가 되곤한다.
때문에 마음 편히 화장실 볼 일을 보거나 샤워를 하는 것은 사치요,
아기 젖병을 씻거나 이유식을 만드는 시간에도 수시로 달려가 아가를 안아줘야 한다.
아기와 놀아주다가, 아이가 낮잠을 자면 나는 더욱 바빠진다.
놀던 자리 바닥 정리(수시로 입에 대는 구강기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하므로), 먼지 제거, 장난감 및 주변 정리, 젖병 씻고 소독 돌리기, 이유식 만들기(사실 이유식 만들기는못하는 경우도 많다. 음식 재료를 갈아야 하는 순간에 아이가 잠에서 깨어버릴까봐...) 혹은 그 사이에 간단하게 나의 끼니를 챙겨먹고 나면 그 사이에 아가의 낮잠 시간은 끝나버린다. 개월 수가 차면서 낮잠 횟수와 시간은 줄어들기 때문에 이제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짧으면 30분, 길면 90분이다. 그 사이에 분주하게 이것 저것을 해야만 한다.
아이가 낮잠에서 깨면 다시 놀아준다. 물론 모든 순간 눈 맞춤을 하며 아이의 옹알이에 호응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아이 앞 혹은 뒤에 있어 놀다가 다치지 않게 잡아주고 봐주고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아기들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수시로 놀이를 바꾸어주어야 한다. 하나의 동작을 오래 할 수 없으니 이 또한 수시로 바꾸어주어야 한다.(누였다가, 앉혔다가, 손 잡고 서게 잡아주고, 다시 터미타임 자세로 바꿔주는 등의 방식)
그 밖에 누구나 하는 집안 일(밥하기, 국 혹은 찌개 끓이기, 빨래 삶거나 돌리기, 설거지, 청소, 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등)도 틈틈이 해야한다. 정말 잘해야 본전인, 티도 안나는 일들을 하며
나의 하루 하루가 그렇게 흘러간다.
업무를 할 때는 '마무리' 혹은 '성과'라는 것으로 성취를 느낄텐데
집안 일은 그렇지가 않아,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느낌이 들곤 한다.
그렇게 나의 7개월이 흘러 2023년 끝자락에 닿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을 전환시켜 보았다.
나는 현재 '아가' 곧 생명을 낳아 키우는, 굉장히 유의미한 일을 하는 중이고
아직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는, 대단한 일을 하는 중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힘들지만, 힘듦을 극복할 수 있을만큼의 기쁨과 행복이 공존하니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만끽해보자는 생각.
힘들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
나름 열심히 지낸 '나'를 위한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르겠으나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