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아기와 나의 상태를 점검하고, 초보 엄마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시는 간호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정말 많은 힘과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이를테면,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느라 나의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내게 그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시어 조금 더 신경 써서 챙길 수 있게 해 주시고, 산전/산후 우울증으로 많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모유수유 때문에 약 처방도 받지 못한 채 그냥 버티고 오롯이 견디고 있던 내게 기분이 조금만 상하면 인상 쓰고 화내고 소리 지르는 남편과 큰 싸움으로 번져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나의 상황과 마음을 공감해 주시고 객관적인 조언(나의 잘못 또한 짚어주시며 상황을 좀 더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셨다. 하루종일 집에서 혼자 있던 그때의 나는, 나의 생각과 감정에 함몰되어 이성적 판단이 쉽지 않았다.)을 아낌없이 해주시는 것. 등.
하루는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이런 질문을 내게 던지셨다.
"아기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주고 싶으세요?"
띵. 머리에 큰 울림이 일었다.
막연하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지
구체적으로 '좋은'의 의미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이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는 이렇게 답을 했다.
"일단, 친구 같은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아요."
어디에선가, 부모는 부모다워야 한다며 부모의 권위는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SNS인지, 오인영 박사님 관련 프로그램인지 잘은 기억이 안 남). 그래서 아이와 친밀함을 유지하는 부모이되 친구 같은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엄마가 되어주어야 하는 걸까?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제 막 16개월에 접어든 아기를 키우고 있는 지금도 이에 대한 답을 명료하게 찾아내지는 못했다.
어쩌면 나는 아이를 키우는 내내 이 과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삶'이라는 것이 '나'를 알아가고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 생각해 온 것처럼
'엄마'가 되는 것 또한, 아기와 나의 관계 속에서 적절한 역할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리라는 생각.
그렇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대전제가 될 수 있는 부모로서의 철칙을 세워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의 독립을 위한 조력자'가 되자는 것이다.
모든 감각이 깨어있지 않은 상태로, 누워있을 수밖에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부모가 해줘야 했던 던 신생아였던 아기는 자라면서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혼자 고개를 들 수 있게 되고(목을 가눌 수 있게 되고)
손목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혼자 뒤집기를 할 수 있게 되고
혼자 포복자게 기기를 할 수 있게 되고
혼자 네발기기를 할 수 있게 되고
혼자 앉기를 하게 되고
혼자 무언가를 짚어 설 수 있게 되고
그러다가 짚은 상태로 이동할 수 있게 되고
그러다가 혼자 직립보행 걷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울기만 하던 아가는
옹알이 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그러다가 1음절 절소리를 내게 되고
어느 순간에 단어 발화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수용성 언어도 조금씩 늘어
어느 순간에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아직 너무 어린 아기이기 때문에 내가 엄마로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지만
아기는 최선을 다해 성장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나간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아이가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엄마가 해 줄게."라고 말하기보다는
"엄마가 도와줄까?"라고 물어보며 본인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것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닐 수 있고, 더 좋은 방법과 솔루션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역시 현재 나의 부족한 점들을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하고 보충하고 메꾸어 나가리라 생각하고 있다.
학교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물론 학생들마다, 학부모들마다 달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어떤 학생을 자기 주도능력이 출중한 데 비해
어떤 학생은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나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자신의 가치관, 자신의 진로, 자신의 공부 방법 등은 물론이거니와(이러한 것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 학교를 오가는 것(날씨가 너무 좋지 않거나 학원 등의 일정 때문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늦잠 자서라든가 아이가 학교 가기 귀찮아해서 라이딩해주시는 부모님들도 꽤 많다.) 등. 그렇다 보니 스스스로 한 일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이것 역시 케바케), 부모님이 그렇게 자신을 케어해 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없고 그냥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다.
학생들이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모님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악의성이 없고
부모님은 그저 아이의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고, 챙겨주기 바쁘다 보니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들이 많아진 것 같다. 나도 사실 자칫,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계획 세워 챙기고 채우고 할 수 있는 캐릭터다. 아기가 자라면서 이런 나의 성향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도 생각하기에 더더욱 의식적으로 경계하려고 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생각한 것은, 내 아기와 함께 많은 것을 공유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것.
물론 아기가 사춘기가 되면 본인이 스스로 이러한 것에 대한 거리 두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뭐 억지로 할 수는 없겠다만
그전까지는 나의 일과 시간, 에너지 등을 잘 배분하여 해보자!는 결심 중.(물론 실생활의 장벽에 부딪혀 버벅대고 힘들어하며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여하튼, 지금까지 생각한 것은 이 정도다.
"어떤 엄마가 되어주고 싶으세요?"에 대한 나름대로의 찾은 답 두 개.
글쎄. 나는 어떤 엄마가 되려나?
그것에 대한 판단은... 나의 아이가 하게 될 것이니
나의 의도와는 또 다른 답이 도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육아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들에게도 마찬가지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