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로 자신을 학대하지는 말자
예전에 늘 '힘들다',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는데
초반에는 그런 그를 걱정하고 위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얼마나 아픈 것일까?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매일 아플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지쳤다.
좋은 말도 계속하면 주변 사람이 지치기 마련인데
부정적인 말을 계속하면 주변 사람들이 지칠 수밖에 없는 일.
그래서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 후에 만난 남자는 힘든 상황 (회사 및 가정으로 인해)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버텨 온 사람이라 판단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구남자 친구 현 남편)
그러나 결혼 준비 및, 출산 과정 그리고 그 후 반복되는 시댁과의 갈등 및 육아, 부부싸움으로 인해
나는 바닥을 치고 있었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늘 '힘들다',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사람 옆에서 지쳐서 떠난 내가
그와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차, 싶었다.
이런 나 자신이 싫었지만 또 나도 모르게 힘들다 아프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낸 나를 보며 의식적으로 다잡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남편 역시 결혼 준비 과정과 육아로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실 연애 시절에는 둘이 시답지 않은 농담과 장난으로
잘 웃곤 했는데, 지금 그에게는 그러한 여유는 없다.
자잘한 나의 잔소리에 예민해져서 화를 버럭 내는가 하면
피곤에 못 이겨 비몽사몽, 상대방이 한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내게 '힘들다',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하루는 내가 물어보았다.
"오빠는 괜찮아?"
"응 괜찮아."
"정말 괜찮아? 혹시 가끔 내가 하는 말에 예민해져서 버럭 화를 내곤 하는 게,
그래서 우리가 크게 한 번씩 싸우곤 하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랬더니 한 동안 그가 말을 하지 못한다.
"오빠, 사실 괜찮지 않은 걸 수도 있어.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너무 학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
"나는 그냥 그렇게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거 같아서..."
맞벌이를 하면서
아주 가끔, 피치 못하는 상황에만 친정의 도움을 받고
늘 나와 남편, 오롯이 둘이 살림과 육아를 감당해나가야 하는 하루하루가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만
잠잘 시간조차 여유치 않으니 몸이나 정신이나... 병이 날 수밖에...
남편도 업무와 육아에 달려와 체력적으로 바닥이 난 상태... 였던 것이다.
단지 자신의 힘듦을 입 밖으로 꺼내어 표현하지 않았을 뿐...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동안 내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남편이 아프고 힘든 것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부정적인 말을 반복적으로 꺼내어 주변의 에너지를 부정적으로 만든 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너무 좋지만
때로는 그 주문으로 자신을 갉아먹고 학대하고 있다면
잠시 쉼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번갈아 가며 상대에게 숨 쉴 틈을 주어서
오늘 하루를 또 잘 버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