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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김밥 김밥 집에서 인생을 배우다

일어나면 기회는 온다.

by 향기나는남자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평택 대중 김밥으로 2017년에 생활의 달인에 소개가 되었던 이경민 달인의 김밥 집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김밥 소개보다 대중 김밥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4전 5기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늘은 없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매일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자가 하루에 40명이라니 안타깝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우연히 던진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대중 김밥 집 사장님께
"여기는 몇 년 동안 장사하셨어요?" 하고 여쭤봤다.

"나 김밥 집만 14년째야."

"이야!! 대단하시네요. 한자리 분야에서 14년이라뇨"

"이전 식당까지 합하면 나 24년째야. 근데 김밥 집을 하기 전에 10년 동안 4번이나 망했어. ㅋㅋ. 5번째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김밥 집을 열었지."

"4번이나 실패하셨으면 5번째 시도를 어떻게 하셨어요? 저라면 두려움에 시도조차 못했을 것 같은데요"

"그땐 살아야 했어! 자식들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잖아. 보이는 게 없었어. 밑바닥이었으니까 그것도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바닥."

"대단하십니다. 요즘에는 작은 실패나 고난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데 사장님의 이야기 4전 5기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누구나 삶에 고난은 있다. 나만 힘든 것 같고 그 사람은 편하게 인생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럼 둘 중 하나다.

편해 보이는 사람이 남에게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내가 타인의 고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타인의 고난을 듣지도 못했고 나는 묻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고난의 때가 있다.

김밥을 싸는 걸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천천히 구경해 보셔라. 김밥 싸는 게 우리네 인생 같다.


대중 김밥이 가끔은 짠 이유와 대처법


나는 시그니처 메뉴인 시래기 김밥과 시래기 고추 김밥 두 가지를 주문했다. 사장님은 김 두 장을 꺼내 바로 김밥 쌀 준비를 하신다.

"사장님 김밥 싸는 거 사진 좀 찍을게요."

"뭘 찍을 거나 있나!"

"찍을 거 많죠. 14년 김밥에 인생을 건 예술작품인데요"

밥그릇에 김밥 두 개 분량의 밥을 옮겨 담는다. 흰밥에 참기름 솔솔 뿌리고 비벼준다. 검은 김 위로 하얀 밥알이 사장님의 손짓에 따라 넓게 펴진다. 그 위로 재료들이 하나씩 올라간다. 먼저 무장아찌가 밥알 위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마치 나를 길삼아 오란 듯이. 콩고기가 길을 따라가고 존재만으로 튀는 주황 당근이 놓인다.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 시래기가 자리한다. 헛! 잠시만 노란 계란 지단이 마지막이 주인공이라며 씩 웃으며 올려지고 사장님의 고운 두 손으로 돌돌 꼭꼭 말린다.

잘 말린 김밥 위로 참기름 솔솔 뿌려지고, 나이 대에 따라 두께가 다른 김밥이 잘리고 있다.

"우리 집은 일하는 사람을 못써. 재료를 내가 만족할 때까지 넣어서."

"아 흔히 말하는 김밥 매뉴얼이 따로 없네요. 근데 전 이게 좋은데요. 뭐랄까 같은 메뉴를 먹으러 와도 사장님의 손맛에 따라 미묘하게 맛이 변하잖아요. 전 그걸 느끼는 게 더 재미있어요. 프랜차이즈에 표준 매뉴얼이 있어도 당일 나의 감정에 따라 맛은 다르니까요."

"난 김밥에 재료를 넣으면서 내가 만족해야 김밥을 돌돌 마는데 가끔은 손님들이 우리 김밥이 짜데. 손님은 어때?"

"저는 아주 좋은데요. 이 김밥이 짜다는 사람은 다른 데서 음식 자체를 못 먹을 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김밥 주문 전화가 두 통이 걸려왔다. 총 12줄. 그런데 전화벨 소리가 심상찮다. 바로 머리를 숙일까 고민이 되는 익숙한 벨소리.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아니면 쉬어 알았으면 뛰어'

무서운 사장님이다. ㅋㅋㅋ



동생이 처음 포장해서 갖다 준 집이라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동생이 "아 그래서 가끔 김밥 맛이 달랐구나" 하길래 그제야 사장님이 김밥을 싸던 순간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대중 김밥은 일반 김밥 집처럼 착. 착. 착. 스르륵. 스르륵. 하는 맛이 없다. 만약 김밥을 두 줄 포장하는데 옆에 것이 조금 더 재료가 들어간 것 같으면 눈대중으로 보고 이리저리 그걸 맞혀주시려고 한다.

' 남의 김밥이 커 보이면 안 되니까'
그걸 맞추려다 보니까 때론 김밥이 짜게 느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짜다고 사실을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동생이 알려준다.

"난 집에 와서 먹을 때 짜면 밥을 조금씩 올려먹는데 그럼 맛있어 간도 딱 맞고."

바로 이것이다.

사장님의 사랑의 양념이 추가되었으니 그걸 또 다른 사랑으로 덮어버리면 된다. 돈도 들지 않고 곱빼기 김밥을 먹을 수 있으니 사장님도 좋고 나도 좋은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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