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니더라
비 내리는 오늘.
차가운 빗방울을 맘껏 즐겨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눈치를 보지 않고 살던 그 시절에는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대로 비를 맞으며 하루를 즐겼지만,
언제부터인가 비를 즐기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 비가 내리면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니까 집에만 있자'
'비 오니까 기분이 별로야!'
비 내리는 오늘. 비가 내리는 이 시간을 즐겨본 적이 기억나시나요?
친구들과 운동장에 뛰어놀면 비인지 땀인지 모를 그 순간을 즐기는 나와 너.
분수대에 쏟아지는 물줄기에 신이 나 뛰어들었던 순간.
비 내리는 해수욕장.
쏟아지는 빗줄기가 차가워 바닷물에 물을 녹였던 순간.
흠뻑 쏟아지는 빗방울과 함께 눈물을 비워냈던 그 순간.
비가 내리는 오늘. 나는 비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아침이면 러닝을 십 분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비 내리는 하루는 핑곗거리가 완벽합니다.
비가 내리니까 오늘은 집에서 쉬자. 비 내리까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오늘은 그런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나가서 비를 맞으며 뛰고 싶었습니다.
잠깐이라도 그냥 잠깐이라도.
빗속을 뛰는 순간. 손 끝이 시리고 발이 차갑지만. 한번 뛰어 봅니다.
우산을 들고 산책을 하는 사람. 어딘지 모르게 바삐 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로.
나는 빗속을 가로지르며 뛰어봅니다.
숨이 차고 몸이 따뜻해지지만 손끝은 여전히 시리기만 합니다. 신발은 물에 젖고 옷도 비에 젖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따뜻합니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면 됩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비를 피하려고 하기에 비가 싫어지지요.
해가 뜨면 햇살을 맞이하면 됩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이하면 됩니다.
우리 인생의 외부 환경은 바꿀 수가 없지만 단 하나.
나의 마음은 언제든지 바꿀 수가 있습니다.
비 내리는 오늘. 비를 맞이해 주세요.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한번 뛰어보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신경도 쓰이지만
뛰다 보면 알게 됩니다. 그들도 나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자꾸자꾸 쳐다보며 누군가 미쳤다고 말을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들도 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미쳤다는 말은 좋은 말입니다.
나는 못하기에 부럽다는 말이지요.
오늘은 그냥 뛰어보세요.
비가 내리면 비가 오는 대로 비를 맞으면서
그렇게 아이처럼 달려보길 바랍니다.
외부환경은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나의 마음은 언제든 바꿀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늘 옳아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별 것 아닙니다.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별 것 아니에요. 정말 별 것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