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맵찔이 이 강을 건너지마오.

줄 서는 가게 손님 배려

by 향기나는남자


입구부터 이곳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옛 프로그램인 3대 천왕인가?
어딘가 소개된 이후로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한화 신축 구장을 방문했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이곳은 주차가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난 럭키가이~ 도로변에 누군가 나오는 틈을 놓치지 않아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광천식당에서 배운 점.

이곳은 좀 특이하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지만 번호표를 받으러 들어가면 입장 가능한 시간을 알려준다.

5시에 매장에 들어가서 표를 받았다면 사장님이 표를 주면서.

"5시 30분에 줄 서 있으세요" 이렇게 말씀을 해주신다.

난 이 말을 처음에는 오해했다.

'뭐야 이거 들어가기 전부터 난감하네. 입장 시간을 정해 주는 건 좋은데 빨리 먹고 나오라고 압박하는 건가?'

기분 나빠서 갈까 하다가 나 혼자가 아니기에 기다리기로 했다.

우린 20분 후에 오라고 해서 성심당을 가려고 했지만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움직이기로 했다.

줄을 서 있는데 음식을 먹고 나온 사람의 말을 들었다.

"야 머리털이 벗겨지는 줄 알았다. 왤케 매워?"

'머리털이 벗겨지는 맛을 속으로 비웃었다. ㅋㅋㅋ미친 머리털이 어떻게 벗겨져?'

난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고, 잠시 후에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신기하게도 해당 시간이 다가와 줄을 서 있으면 그 시간에 사장님이 번호를 불러준다.

"38, 39, 40번 들어오세요"

40번인 우리는 매장으로 들어갔고 1층에 작은 매장인 줄 알았던 이곳은 2층까지 있는 신세계였다.

우린 2층으로 가라고 해서 올라가는데 마치 뒷골목에 들어선 듯. 누군가 돈을 뺏는 건 아닐지 잔뜩 쫄아서 입장했다.

2층에 올라가자 이모님 네 분이 우리를 바라보며 자리를 안내했다. 삥 뜯기는 줄 알았다. 그녀들은 '코요테 어글리'에 그녀들 같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자리가 몇 개 비워져 있다. 그때사 알았다. 이 집 장사 잘하네.

시간에 맞게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자리를 가득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70~80%만 채워둔 가게는 사람들의 줄 서는 시간을 줄여주었고 그 시간에 성심당이나 다른 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마 장사가 잘되었기에 이런 방식을 체득한 게 아닐까 싶으면서 사장님의 장사 수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광천식당 주문. 나를 암살하려는 것인가?


주문을 하려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두루치기에 수육을 푹 담가 먹는 것이었다.

'양념은 매워 보이는데 푹 담가 먹을 정도면 별로 맵지는 않은가?'


주위를 둘러봐도 가족 단위, 여성분들이 주로 있었고 매운 기색은 전혀 내보이지 않았다.


그냥 빨간 음식을 먹는구나 싶었다.


일단 우리는 수육 소 1, 오징어두루치기 1, 양념면 1, 공깃밥 2 이렇게 주문을 했다.

아이가 있어서 매운 걸 먹지 못해 수육을 하나 시켰고 두부보다는 오징어가 맛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두부도 맛보고 싶어서 양념 면을 주문했던 것이다. 양념면에는 두부두루치기처럼 두부를 두 개 올려서 면을 버무려 주신다.

수육이 나왔을 때는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 물에 빠진 고기가 고기서 고기지 싶어서 주문하지 않으려다가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주문한 게 다행이었다.


같이 나온 국물도 칼국수 국물처럼 맛이 있었다. 치킨무가 나왔을 땐 이건 왜 주는 건가 싶었지만 이건 오아시스를 만난 생명수와 같았다.

뻘건 양념을 뒤집어쓴 오징어 두루치기가 나왔고 먹음직스런 오징어 등빨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진을 찍기까지는. 양념 면도 뻐얼건 양념을 듬뿍 머금고 나왔고 두부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설마? 엄청 맵지는 않겠지?'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 매워 보이지 않았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곡을 듣는 것처럼 평온하고 편안해 보였다.

집게를 들어 오징어를 하나 들어 옮기고 양념 면을 듬뿍 들어 앞접시에 담았다.

음~ 스멜은 아주 좋다. 괜찮았다. 음 이 정도야. 나도 먹을 수 있지.

불이 났다. 소방차를 불러야 할 것만 같아 핸드폰을 들고 119를 누르려고 했지만 이미 내 혀는 혀가 아니었고

입구에서 지나쳤던 그 말이 생각났다. ' 머리털이 벗겨질 것 같은 맛' 아!! 아직까지 머리가 벗겨지지 않아 그 맛을 몰랐지만 이런 맛이란 말인가.

후회해도 늦었고 되돌릴 수 없었다. 밥을. 양보했던 그 밥을 뺏어 와야만 했다.

하얀 쌀밥. 이제야 알았다. 밥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반찬은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곳은 그래서 밑반찬이 2개다. 쌀밥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

그래도 밥 한 숟가락이 들어가자 다시 도전의 욕구가. 승부욕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오징어를 하나, 하나 그만하고 싶었지만 오동통한 다리 살도 탐이 났다.

오징어 하나 입안에 먹고 밥 한 숟가락으로 불을 끈다. 치킨 무를 들어 잔불을 처리하고 나서야 아! 내가 상대할 수 없구나 두 손을 든다.


맛있는 매콤함? 당기는 매콤함이기는 했다. 하지만 맵찔이는 나에게는 너무 매웠다.

그렇게 숟가락을 놓고 나서야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고, 대부분이 두부두루치기로 주문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유는 두부가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우린 멋모르고 오징어가 먹고 싶어서 오징어를 주문했지만, 다음에는 두부두루치기로 주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면사리를 추가해서 양념장을 약간씩 가미하며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양념 면은 양념장에 버무려 나올 뿐 딱히 다른 점은 없었다. 그래서 두부두루치기로 주문하고 면사리로 먹는 게 가격도 이득이요. 내 입맛에도 맞출 수 있다. 또 두부로 매운맛을 중화해야 하니 꼭 두부두루치기를 선택하길 바란다.


오징어가 먹고 싶다면 오징어를 먹어도 된다. 그런데 양념을 엄청나게 많이 주신다. 우리가 양념 면을 시켜서 더 많긴 했지만, 두루치기 하나로도 밥을 충분히 비벼 먹고 면사리까지 먹을 수 있다. 남은 양념은 포장해서 집에 와서 오징어를 추가해 먹으면 된다.


어쨌든 매운맛 덕분에 머리털이 벗겨지는 경험은 짜릿했다.


대전 사람들의 매운맛은 차원이 다른 것인가? 그토록 평온하게 매운맛을 즐긴다는 사실이 놀랍고 무서웠다.


이게 한화 팬들의 무서움이란 말인가. 이게 대전의 매운맛인가. 색다른 경험이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