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이의 연봉협상' 파보기
안녕하세요!
유튜브 두더G입니다.
저는 콘텐츠 에디터입니다. 직업 상 유튜브를 자주 보게 되면서, 차곡차곡 내 안에 쌓여나가는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를 보면서 "대체 왜?"를 생각해보는 것이죠.
새로운 채널은 오늘도 계속해서 열립니다. 저는 또 그럼 열심히 새로운 유튜브를 찾아보고, 공부할거고요.
오늘부터 하나씩 그 공부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간만에! 두더G의 눈길을 잡아끄는 유튜브를 만났습니다.
어딘가 본 것 같으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포맷의 인터뷰 채널이었죠.
오늘은 여길 파볼 겁니다.
채널명은 겟TV.
프로그램 이름은 '브린이의 연봉협상'입니다.
우선, '브린이의 연봉협상'은 컨셉이 명확합니다.
힙합하는 여성이 인터뷰이로 출연해서, 돈 얘기를 하죠.
'힙합 노무사' 브린(=MC)과 함께요.
먼저, MC인 브린의 진행이 굉장히 깔끔하고 편안합니다. 이 채널을 보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분이었는데, 진행 맛집이었습니다. 제2의 뉴미디어 유재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브린의 진행스타일은 자신은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경청하며 중간중간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또 본인이 래퍼이고, 힙합했던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상대방과 굉장히 친숙하고 능숙하게 진행을 잘 이끌어나갑니다.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있을 때 나오는 케미가 터집니다.
또한 동성,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있을 때의 편안함이 이 채널의 무시할 수 없는 큰 매력이죠. 불편한 질문, 무리한 요구 대신에, 편안하고 정중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며 진또배기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마치 '문명특급'의 MC '재재'처럼 말이죠.
재재와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상을 보고나면 브린은 머리속에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신에 그 날 출연한 인터뷰이만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브린에게는 이게 좋은건진 잘 모르겠슴) 물론 제가 촬영현장을 볼 수는 없기에 실제 브린의 진행스타일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집된 영상으로 판단하기에는 그렇습니다.
(+ 앞으로의 시대에는 유튜브 내에서 자체적으로 발굴되는 스타들이 점점 많아질텐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브린'도 그 안에 들었으면 합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정말 잘하고 능력있는 MC이기 때문이죠. )
이 인터뷰는 마치 브린의 '무릎팍도사' 같은 느낌입니다. 대신에 돈 얘기를 메인으로 가지고 가며, 유튜브라는 좀 더 자유로운 플랫폼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래서? 더 재밌습니다.
백그라운드 썰을 푸는 이야기는, 신인보다는 원래 유명했지만 지금은 인기가 가라앉은 사람이거나, 복귀를 앞둔 사람에게 더 이득입니다. 얼굴이 알려졌으니 일단 썸네일로도 후킹이 되고,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런저런 인생 썰들을 꺼내어놓으면 되니 인터뷰 소재도 빵빵하고, 마지막에는 근황도 알리고 새 앨범 홍보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업계 썰'을 푸는 거나 '유능한 MC'를 두는 것만으로는 제 구독버튼을 가져가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 채널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수작업 자막이었죠.
잘 보면 수작업 자막이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한 편당 PNG 파일이 대체 몇 개가 들어갈까 궁금해질 정도로요. (100개는 될듯여)
누군가 아이패드에 그린 것이 분명해보이는 이 뽀짝한 그림체. 아마도 제작진 중에 이 화면을 '스케치북'으로 생각하고 그리고 쓰는 사람이 있을겁니다.
이 정성스러운 수작업 자막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덕분에 분명히 익숙한 포맷의 방송인데도, '뭔가 새롭다!'라는 신선한 첫인상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죠. 글씨체는 보통 자기다움이 잔뜩 묻어나기 때문일까요? 누군가를 따라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요. 그동안 요란하고 많은 기성 방송사 자막에 지친 나머지, 이제는 내 눈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손글씨체에 끌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만드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좀 귀찮겠지만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 공간은 기성 스튜디오가 아니라, 서울 어딘가의 평범한 사무실로 보이는 '사무실'입니다. 그리고 밤에 사무실에서 몰래 찍는 것 마냥, 불을 다 꺼두었습니다. 따뜻한 주황색의 메인조명 하나만 켜두었죠. '힙합 노무사'라는 컨셉에 충실하게, 노무사 '사무실'로 배경으로 둔듯 합니다. 이것은 굉장히 유튜브스러운 장소선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일상적이죠. (어느 영상에서는 뒤쪽 의자에 앉아있는 스태프가 업무를 보고 있기도 합니다.)
'불꺼진 사무실'이라는 촬영장소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스토리가 펼쳐질 수 있는 시공간을 연출한다고 봅니다. 노무사라는 컨셉에 충실하게 분위기를 더해주면서,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조금 더 사적이면서 내밀한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죠. 그 점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러운 1:1 인터뷰만의 분위기를 오묘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앞으로도 많은 래퍼들의 이야기를 발굴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100만뷰를 훨씬 더 뛰어넘는, 떡상하는 영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 포맷은 매력적이고, 구리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여성들이 만드는 '판'이라는 점에서 희귀하고 강력합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그림'이기 때문에, 신선하고요.
제가 만약 제작자라면? 우선 왼쪽 상단의 '연봉협상'이라는 코너명을, '브린이의 연봉협상'으로 바꿔볼 것 같습니다. '연봉협상'이 직관적이기는 한데, 너무 평범한 기존용어 그대로라 기억에 확 남지는 않거든요. 두 번째로는, 슬슬 이 포맷이 질려갈 때 쯤에는 (힙합노무사 브린의 연봉상승으로 인해) 사무실이 좀 더 좋은 곳으로 확장이전을 한다던가 ㅎㅎㅎㅎ 해외출장을 가서 해외 인터뷰이랑 인터뷰를 한다던가 ㅎㅎㅎ '브린이 키우기' 느낌으로 새롭게 변주를 주는 걸 해볼 것 같네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