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현장부터 날 것의 기록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흙먼지 날리는 현장. 가구 높이를 정하고, 타일의 색깔을 고르는 순간. 매장을 완성하는 과정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색깔 페인트를 고를까. 간판은 어떤 글씨체로 할까. 카운터는 왼쪽에 둘까, 오른쪽에 둘까. 조명은 4000k로 할까, 5000k로 할까.
그런데 이런 선택의 과정을 SNS에 먼저 날것으로 오픈해 보면 어떨까?
1) 훌훌젤라또가 보여준 과정의 힘
인스타그램에서 '훌훌젤라또(@hoolhool.gelato)'를 찾아보자. 이 사장님은 젤라또 가게를 차리기 전부터 준비하는 여정을 영상으로 올렸다(창업 전 과정은 @jeourneyto 여기에 남아있다). 퇴사하고 이탈리아 유학 가는 과정, 한국에 돌아와 매장을 준비하면서 계약서 쓰고, 철거하고, 인테리어 과정까지. 순간순간의 기록을 일기장 쓰듯 영상과 글로 남겼다. 이 모든 과정을 공유하는 동안 1만 명의 팬이 생겼다.
덕분에 오픈 전부터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겼다. "언제 오픈하세요?" "어디에 생기는 건가요?" 댓글이 계속 달렸다. 오픈하자마자 궁금했던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나 역시도 친구가 우연히 추천해 준 계기로 이 계정을 알게 되었는데, 3월에 벚꽃 구경하러 양재천에 간 김에 (선뜻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매장에 들러서 사 먹어보았다. 그냥, 궁금했으니까.
매장을 오픈하기도 전에 손님부터 모으는 일. 마케팅비 한 푼 안 쓰고도, 화려한 인맥이 없더라도, 충분히 가능해진 세상이다.
2) 낡은 집 고치다가 브랜드가 되기까지
통영에 사는 쑤(@sooeatsyourstreetforbreakfast)도 마찬가지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오래된 구옥을 직접 뜯고 고쳐(!) 신혼집으로 변신시키는 셀프 리모델링 과정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날 것 그대로 올렸다. 페인트칠하는 모습, 가구 배치를 고민하는 모습, 현실적인 시행착오와 소소한 변화들까지. 크고 작은 일상도 다 공유했다.
나도 함께 집을 꾸미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을까? 그 과정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어느덧 8만 명 팔로워를 가진 채널로 성장하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4년에는 통영에 '레몬 샵'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신혼집 리모델링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그대로 통통 튀는 매력의 상품과 공간이 되어서 매장을 가득 채웠다. 이제는 통영까지 일부러 방문하는 고객들이 생길 만큼 탄탄한 팬층을 가진 브랜드가 됐다.
3) 아이유도 과정을 보여준다
심지어 슈퍼스타 아이유도 성실하게 과정을 기록한다. 신곡이 발매되면 꾸준히 올라오는 레코딩 비하인드(Recording Behind) 영상이 있다.
실제 녹음실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상으로, 업계 TOP 찍은 아티스트인 아이유조차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 나온다. 노래가 뚝딱 그냥 완성되는 게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과 의논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지 수십 번 다시 부르는 과정까지. 그대로 담겨있다.
때로는 완벽한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의 진정성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 그 날것의 과정이 팬들에게는 더 진짜처럼 다가오고, 더욱 애정이 가는 콘텐츠가 된다.
AI 시대일수록 과정이 귀해지니까.
요즘 AI가 뚝딱 뭐든 만들어준다. 로고도, 카피도, 심지어 영상까지. 프롬프트 몇 줄 이면 3초 만에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사람의 손때 묻은 과정이 더 귀해졌다. 시행착오도, 고민하는 시간도, 실패하는 순간도. 이 모든 건 AI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진짜 이야기다. 매장이 탄생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 업체가 뚝딱 완성해 주는 매장보다, 사장님이 직접 고민하고 선택하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가 미래 고객들에게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1) 선택의 순간들을 남긴다
"A 타일과 B 타일 중 뭘 고를까요?" "이 색깔 어때요?"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SNS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투표 기능을 활용하거나, 그냥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툭 올려도 좋다. 사람들은 선택의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본인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훨씬 애정도가 커진다.
2)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페인트 칠 망쳤던 이야기, 가구 배치 잘못했던 이야기, 동선을 잘못 설계해서 후회했던 이야기. 완벽하지 않아서 더 진짜 같고 사랑스럽다. 멋지지 않아도 좋다. 쿨하게 공개해보자. 때로는 완벽한 모습보다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간다.
3)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한다
왜 이 색깔을 선택했는지, 왜 이 메뉴를 넣었는지. 선택 하나하나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스토리가 된다. 비포&애프터만 보여주지 말고, 중간중간 변화하는 모습들도 사소하게 기록해 본다. "저 오늘 제빙기 청소했어요!" 이런 소소한 변화들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과정을 공유하면 이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첫째, 오픈 전부터 관심을 모은다. (완성된 후에 알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둘째, 참여감을 준다.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셋째, 진정성을 얻는다. (흔한 길거리 매장 1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 된다.)
매장 오픈 과정이 곧 시작
많은 사장님들이 착각한다. 매장 오픈하고 나서 마케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 매장 만드는 그 순간부터 이미 마케팅은 시작된다.
비어있던 공간이 매장이 되어가는 과정. 시그니처 메뉴를 고민하고 시행착오하는 과정. 간판을 달고 인테리어 하는 과정. 그 모든 것이 잠재 고객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AI가 모든 걸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주는 요즘에는 더더욱.
사장님의 고민, 선택, 시행착오. 이 모든 과정이 나중에는 매장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기록을 시작해 보자. 가볍게, 지금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