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교사들
#2. 기간제, 그 치열함과 허술함 사이_서류 심사
행아는 울었다. 포기와 탈락의 상실감 속에서 그 하루만큼은 울며 공황 상태에 빠졌다. 해가 뉘였 할 즈음 행아는 정신을 차렸다. 기간제 원서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10군데쯤 떨어졌을 때 행아는 인정해야 했다. 자신이 기간제 되기를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말이다. 행아의 대학은 사범대학 중 상위권이고 소재지인 서울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교가 있으니 사실 기간제 교사 정도는 빨리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행아는 이 기간제 교사 피라미드에서 제일 하위권에 있는 게 분명했다. 거듭된 방황으로 길어진 학업 기간과 학교 관련 경험이 없다는 건 행아의 취약점이었다. 행아는 자신의 대학 생활이 얼마나 공백 없이 분주했는지 설명할 수 있었지만 다들 그 기간의 길이만을 보고 있었다.
취업 준비의 악몽이 되살아온 것처럼 줄줄이 서류에서 떨어졌다. 점점 지역과 거리를 재고 따질 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리가 나오는 대로 닥치는 대로 원서를 넣었다. 떨어진 물방울이 수면에 동심원을 그리듯 행아의 행동반경은 점점 더 멀어졌다.
학교의 기간제 교원 선발 시스템은 기업에 비하면 정말 허술했다. 기업처럼 지원을 위한 자체 시스템은 당연히 없고, 메일이나 직접 제출만 가능했다. 심지어 직접 제출만 가능한 경우도 있어 수원, 오산, 파주 등지로 움직이며 원서를 내야만 했다. 지정된 양식이나 분량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시제를 받은 진사처럼 자신의 교사로서의 자질과 경험을 백지 위에 줄줄 풀어내야만 했다.
취업을 준비하던 때는 기업의 불합격 조회 창이 매정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학교에 비하면 그쪽은 온정이 넘친다. 학교 쪽에서는 홈페이지 조회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대부분 휴대폰을 손에 들고 연락을 애타게 기다릴 뿐이다. 휴대폰으로 모든 지원자에게 합격 여부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합격 메시지는 1차 합격자들만의 것이다. '연락 없음'만이 탈락자들에게 주어진 학교의 뜻이고 이걸 빨리 깨달아야 다음 학교를 준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