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력하는 행아 Jul 27. 2024

엄마가 되었다.

4. 후불제의 고통은 어떤 건가요?

  오한이 들어 깨어보니 이마에 식은땀이 송송 맺혀있었다.  계속 끙끙대며 앓았다고 남편이 말했다. 잠귀가 어두운 남편에게 들릴 정도였으니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페인버스터를 누르고 다시 자보려고 했는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몇 시간 간격으로 상태를 보러 오셨다. 차라리 기절하듯 잠들면 좋았을 텐데 예민한 편이라 노소리에 화들짝 깨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침에 되어 소변줄이 제거되었고 자리에서 일어나도 좋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모션베드와 남편의 도움으로 상체를 세웠을 때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늘보처럼 느릿하게 움직여 땅에 발을 올려두었을 때 이건 잘못된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내 복부에서부터 퍼져나갔다.

  소위 자연분만을 선불, 제왕절개를 후불제 고통이라고 하던데 이게 바로 그거구나 싶었다.


  '베드를 일으키고, 땅에 발을 올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두 발로 서고, 허리를 핀 다음 앞으로 걸어간다.'


 침대 생활을 한 이래로 수없이 반복한 동작들이 다 너무 낯설고 어려웠다. '수술 후 처음이라 힘든 거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비웃듯 3일 동안  침대에서 일어날 때마다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는 듯했다. 침대에서 갓 일어났을 때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가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가며 호모사피엔스에 가까워졌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다."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말했다는 유명한 말이다. 당기는 배를 부여잡고 나는 '암스트롱이 제왕절개를 안해봐서 저렇게 말했나 보다.'하고 껄껄댔다.


  제왕절개를 한 엄마에게는 모든 걸음이 큰 도약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