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었다.

5. 조리원은 천국인가요?

by 노력하는 행아

병원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몸이 아픈 것과 잠이 부족한 것이었다. 하필 병실이 신생아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시도때도 없이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돌림노래처럼 울려퍼졌고 새벽에도 유축한 젖병을 들고 온 산모와 보호자들의 초인종 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우리 아기를 보러 갈 때 가장 가깝다는 특장점도 있긴 했다.)

조금씩 몸이 회복되어 간호사 선생님들이 오는 시간 간격이 늘어났지만 수유콜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해 컴컴한 새벽에 나를 깨웠다.

그래서 조리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거기에 가면 내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지인들이 조리원에 가서 쉬라는 말을 해줘서 그곳은 어느덧 내게 천국과도 같은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기대했던 것만큼 좋았다. 병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좋고 큰 모션배드가 떡하니 있어서 배를 짼 환자와 쪽잠을 자던 보호자는 너무나 만족했다. 병원에서는 하루에 두 번만 면회가 가능해 우리 아기를 보겠다고 사생팬처럼 그 앞에서 서성거렸는데 조리원에서는 내 방을 나서면 바로 우리 아기가 큰 창 안으로 보였다. 병원의 맛없는 환자식에 물리던 차에 맛본 다양한 식단은 내 입과 위장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출산의 순간부터 변화에 머리채 잡힌 채 질질 끌려오고 있던 나는 그제야 '삶의 주도권을 찾을 수 있겠구나.'하고 좀 안도했다. 안락한 이곳에서 차차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하고 준비하면 되겠다고 말이다.

너무 안심했던 것일까. 조리원 생활에 적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 녀석이 찾아왔다.


산후 우울감이 찾아왔다.


처음 우울감을 느끼게 된 건 조리원에 회진을 도는 소아과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 그 의사는 일주일에 두 번 회진을 도는데 그중 한 번은 모든 산모와 보호자를 강당 같은 곳에 모아놓고 회진 결과를 공개적으로 얘기해준다. 그곳에서 그간 아기를 잘 돌본 부모는 칭찬을 받고 아닌 부모는 핀잔과 조언을 듣는데 남편이 바빠 혼자 들으러 간 나는 후자였다.


"지난 회진 때 아기 피부가 건조해 보습을 잘해주라 했는데 하나도 안 되어 있네요. 엄마, 아기 안 예뻐요?"


조리원의 케어를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내게는 날벼락같은 소리였다. 평소 성격 같았으면 그건 산후조리원에서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따지든지 개소리라며 한 귀로 흘리든지 했을 텐데 엄마가 된 이후로 처음 듣는 부정적 평가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모멸감을 참았다.


'내가 너무 이곳을 믿고 있었나? 엄마답지 못하게 안일했나? 내가 아기를 안 예뻐하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하는 온갖 생각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출산 후에는 몸만 약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마음이 더 약해질 수 있었다. 산후에 내 주위를 맴돌고 있던 우울감을 의사가 경솔하게 던진 말 한마디가 증폭시켰고, 그 순간부터 조리원은 내게 더 이상 천국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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