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아기가 180일이 넘는 동안 내가 장염에 걸려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그 하루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밤을 맡긴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남편이 모처럼 푹 자라고 방 밖으로 쫓아내도 주인님을 잃은 강아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선잠이 얼풋 들었던 새벽녘 아기가 잠시 칭얼거리는 틈을 타 잽싸게 토닥이러 달려갔다가 안방 침대에 슬며시 누웠다. 6개월에 나타나는 분리불안의 주인공은 아기가 아니고 나였을까.
두려움과 운세
그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거니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서 불안하고 무서운 것들이 한가득 생겨 버렸다. 노력으로 해결 안되는 것들이 있구나 싶다. 하필이면 남편과 나 둘 다 힘든 시기라 서로 도닥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불안이 전염되고 점점 퍼지는 듯할 때가 있다. 아기에게 해로울까 싶어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잠깐이나마 위안을 얻고 싶어 생전 들여다 본 적도 없는 운세 사이트에 들어가 사주 풀이를 누른다. 어디 보자....용띠 나가는 삼재구만. 대박운은 언제지?
덧, 이 글은 두어달 전쯤에 써놓은 글입니다. 힘이 빠져 푹 가라앉으니 어느새 다시 떠오르더군요. 결국은 시간이 약인 것 같습니다. 모두들 힘든 날들 무사히 흘려보내시길.
영광의 상처
아기를 낳은 후 생애 가장 큰 흉터가 생겼다. 재생 테이프를 괜찮겠거니 하면서 떼어냈는데 얼마 후부터 색이 진해지고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근처 피부과에 가니 켈로이드 흉터라며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아직 수유 중이었을 때라 나중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길에 동행했던 아빠가 말씀하셨다.
"영광의 상처네."
여전히 내 배에는 오동통한 지렁이 한 마리가 올라와 있다.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존재감을 종종 드러낸다. 그때마다 아기의 얼굴을 쳐다보며 아빠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암, 영광의 상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