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자아
잠들기 전 우리 아기에게는 두 개의 자아가 드러난다. 자고 싶은 아기와 놀고 싶은 아기. 옆에서 토닥이고 있으면 내 얼굴이나 손을 그렇게 만져대고 싶어 한다. 오늘은 아예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틀어 배시시 웃어대며 엄마 얼굴을 찰싹찰싹 내리쳤다. 손이 한 번 더 올라가길래 포기한 채 뺨을 내어주는데 익숙한 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슬며시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머리로 손을 가져다 대고 졸려서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두 개의 자아가 순식간에 전환하여 오늘도 재우기가 쉽지 않다. 얼른 졸린 아기가 이기길. 자장자장.
서비스직의 고충
오랜만에 오셨네요. 고객님. 다녀가신 지 이틀이나 되셨어요. 그새 손톱이 많이 자라셨네요. 그래서 얼굴 여기저기가 긁히셨구나. 아프셨겠어요. 얼른 다듬어 드릴게요. 일단 양 옆에 나온 손톱을 좀 잘라낼게요. 아이참 아픈 거 아니에요. 자꾸 손을 빼시면 다치셔요. 조금만 참아보세요. 아야. 저를 때리시면 어떡해요. 제가 고객님이니까 이번 한 번만 참아볼게요. 아이고. 잠시만요. 빨리 하고 튤립 흔들어드릴게요. 조금만요. 제발요!
서비스직의 고충 2
어머 고객님 목욕 서비스받으셨구나? 물 온도는 괜찮으셨어요? 아, 오늘은 두피 마사지가 맘에 안 드셨어요? 그럼 제가 다음에 더 부드럽게 하라고 전해놓을게요. 그래도 목욕하셔서 그런지 뽀송뽀송하세요. 이제 유기농 호호바 오일이랑 유기농 로션 섞어서 다리 마사지 좀 해드릴게요. 어어, 저를 발로 차면 안 돼요. 으아 다리를 빼면 어떡해요. 고객님! 아야!
밴드형과 팬티형
3단계 아기 기저귀를 주문하려는데 밴드형과 팬티형이 있었다. 왜 두 가지 형태의 기저귀가 존재하는 걸까? 밴드형이 사이즈 조절이 가능해 오래 쓸 수 있는데 더 좋은 거 아닌가? 6개월 아기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평화로운 기저귀 갈이는 불가능하단 것을. 몸과 몸이 부딪히고 고성이 난무하는 시간. 허리를 비틀어 뒤집으려는 아기와 어떻게든 기저귀를 채우려는 엄마의 사투. 이 시간은 전쟁이고 팬티형은 잠시나마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이래서 이때부터 팬티형이 있구나를 깨달으며 4단계 팬티형 주문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