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준이 동생 구준이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승준이는 구준이만 챙기는 엄마 아빠가 서운하고, 자기보다 엄마 아빠의 관심을 받는 동생이 밉습니다. 그러나 작년 크리스마스에 발작이 난 동생이 병원 앰뷸런스에 실려 가자 승준이는 동생을 미워한 자기 때문에 구준이가 그렇게 된 거 같아 미안해 합니다. 그날 이후 승준이는 친구들과 놀면서도 동생 걱정에 늘 마음이 무겁고 아픕니다. [나의 걱정]
2학년 2반의 꼬마와 꺽대는 같은 반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꼬마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절름발이이고, 남들보다 큰 덩치를 가진 험악한 인상의 꺽대는 말하는 것이 어눌합니다. 아이들은 자기들보다 나이도 많고 외모도 다른 꼬마, 꺽대와 함께 한 반에서 지내는 것을 싫어합니다. [2학년 2반 꼬마와 꺽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자폐 증세가 있는 고제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일 학교에서 한 번씩 사고를 칩니다. 하루는 고제가 앞에 앉은 소원이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선생님이 고제를 나무라자, 고제는 큰 소리를 질러대 수업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죠. 오늘은 현장체험 학습을 위해 놀이공원에 가는 날입니다. 선생님의 부탁 때문에 고제와 짝이 된 나는 어쩔 수 없이 고제와 같이 다니게 됩니다. [고제는 알고 있다]
'손잡고 걸어요' 동화책 시리즈 중의 하나인 <고제는 알고 있다>는 [나의 걱정], [2학년 2반 꼬마와 꺽대], [고제는 알고 있다] 3편의 장애 아동의 이야기를 묶은 동화책입니다. 장애 아동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장애 아동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동화책에 속한 3편의 이야기구조는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입니다. 장애 아동이 있고 주변인이 있습니다. 처음에 주변인은 어딘가 자신들과 다른 장애 아동이 어렵고 불편합니다. 장애 아동의 행동에 대해 이해와 배려보다는 무시로 일관하죠. 장애를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주변인들은 장애 아동과의 만남을 되도록 피하고 어쩔 수 없이 같이 행동할 때는 매우 불편해 합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나의 걱정]에서는 승준이의 반친구들이 승준이의 동생 구준이의 병을 알게 되면서, [2학년 2반 꼬마와 꺽대]에서는 꼬마와 꺽대의 숨겨진 재능과 착한 마음이 드러나면서, [고제는 알고 있다]에서는 고제가 소원이의 머리를 당긴 진짜 이유가 드러나면서) 주변인이 장애 아동을 이해하고 장애 아동에게 마음을 여는 해피엔딩이 반복해서 그려지죠.
그러나 장애인과 그 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략하고 급하게 맺는 해피엔딩은 개운하지 못합니다. <고제는 알고 있다>가 어린이 단편동화임을 감안해도 이야기 구성과 인물들이 너무 평면적이죠.
그러나 동화책 [고제는 알고 있다]는 누구나 알지만, 알고 싶지 않은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장애인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입지는 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의 이야기를 하는 책들은 우리 사회에 장애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죠. 우리는 이런 책들을 통해 장애인의 행동 패턴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장애인과의 대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실제로 장애인을 만났을 때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게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고제는 알고 있다>의 '작가의 말'을 보면 작가의 어머니가 장애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는 40년 평생을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온 것이죠. 그리고 그 경험은 장애인과 장애인의 가족을 보는 시선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작가의 말' 중 "목숨은 이렇듯 모두의 마음이 닿아 생겨나고 자라는 것임을, 아둔한 나는 이제야 아는 나이가 된 것이다"라는 문구는 이 책의 주제어처럼 들립니다. 작가는 이 동화책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가 아니라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작은 관심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의 드러난 행동만을 보고 당황해 하는 우리에게 왜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였는지 혹은 왜 그렇게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해해 주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과 장애인의 가족에게 불친절하고 낯선 곳입니다. 또한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통로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장애인의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비록 그것이 실질적인 답을 주지 못하더라고 그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