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미국 온다는 새댁에게

by 요부마
Screenshot 2023-08-18 at 1.30.18 PM.png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결혼하고 미국에 산 지 9년 차, 로드아일랜드 주에 산 지는 8년이 되었다.

한때는 나도 풋풋한 '새댁' 소리 들었는데, 어느새 이 동네 터줏대감 취급을 받고 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그동안 많은 새댁들을 만나보았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의 프로비던스는 뉴욕이나 엘에이처럼 외국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은 곳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젊은 부부들이 오면 대부분 1년에서 길면 3년 정도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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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들은 보통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한 그룹은 '정착'을 생각하고 오는 커플이고, 다른 한 그룹은 잠시 미국에 '체류'하기 위해 온다. 애초에 미국에 오는 목적이 다르니 마음가짐이 다르다. 마음이 다르니 라이프 스타일도 다른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 정착을 위해 오는 부부들은 엄청 아낀다.

새댁들의 태도도 다르다. 대부분 독립적이다. 꼭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 하나는 책임질 줄 안다.

대중교통도 잘 이용하고, 필요하면 운전도 배우고, 영어도 열심히 한다. 사람들도 만나려고 노력한다.

체류를 위해 오는 부부들은 돈을 잘 쓴다.

미국 내를 비롯해서 칸쿤, 하와이, 캐나다처럼 주변의 나라들에 잘 놀러 다닌다. 주말이면 로드아일랜드의 좋은 곳을 찾아 다닌다. 쇼핑도 잘한다. 그리고, 다는 아니지만 남편에게 의존적이다. 스스로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인데, 수시로 남편을 찾는다.

그래도 괜찮다. 미국에 잠시 있을 거니까, 있는 동안 사이좋게 잘 놀다가는 게 남는 거니까.


하지만 미국에 정착을 목적으로 온 부부라면 경우가 다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 역시 새댁이었고, 9년 동안 새댁들을 봐온 경험으로

미국에 진지하게 일자리 찾으러 온 남편과 동행한 새댁들에게 몇 가지만 이야기해주고 싶다.


1. 남편 일을 방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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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따라온 새댁 중에 사소한 일로 남편을 호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쇼핑을 하러 가야 하는데, 친구네 가야 하는데, 장을 보러 가는데, 혼자 갈 자신이 없어서 남편을 부른다. 차를 태워달라며 남편을 부른다. 영어가 자신이 없어서 남편을 부른다. 말 그대로 건수만 있으면 일하는 남편을 찾는다.

로드아일랜드에 오는 젊은 부부 중에 대부분은 브라운 대학교에 연구원이나 대학원생으로 온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반 직장보다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게 아내 뒤치다꺼리 해도 되는 시간은 아니다. 미국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잡는건 힘들다. 점점 경쟁이 치열하다.

남편은 그가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자.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미국에 남편 따라온 순간부터 내 몸 하나 정도는 내가 알아서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몇 번 남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 년이 넘어도 어디 갈 때마다 남편을 부르는 건 문제가 있다. 엄연한 성인이다.

배우자는 보호자가 아니다.



2. 다른 사람에게 받는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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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철없던 새댁 시절에는 남들 도움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저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나보다 여기 오래 살아서 아는 게 많으니까.'

하지만, 그 누구도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서 가족도 친구도 아닌 나한테 차를 태워주고 있는 게 아니다.

심심해서 자기 돈으로 커피를 사주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 게 아니다.

다 본인도 예전에는 새댁이었고, 미국 또는 이 동네에 처음 온 이방인이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힘들어본 적이 있기에, 외로워본 적이 있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기에,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차도 태워주고, 커피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사람도 소개해 주는 거다.


그런데 종종 이런 걸 당연하게 여기는 철없는 새댁들이 있다. 심지어 자기를 덜 챙겨준다며, 삐지고 서운해한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나보다 중요한 가족이 있고, 일이 있고, 생활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챙겨주길 바라지 말자. 관심을 받고 싶고, 친해지고 싶다면 먼저 연락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아쉬운 사람은 새댁이지, 이 동네에 10년 넘게 산 지인이 50명인 그 사람이 아니다.


3. 때론 굳건하게 버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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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도 아닌 외국에서 일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남편은 밖에서 모국어도 아닌 영어하랴, 아직 배울게 많은 연구와 공부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지쳐서 집에 오면 아내가 눈물을 그렁거리며 쳐다본다. 외롭다고 한다. '내가 한국에서 잘 살다가 너만 보고 여기 왔는데, 왜 너는 나를 방치해?!"라며 울다.

그런데, 남편도 외롭다. 아니, 힘들다. 내 몸 하나 챙기고, 일하느라 힘든데, 챙겨야 할 아내가 있다.여기서 아이가 생기면 더하다. 아직 연구원이고 학생인데, 책임져야 할 입이 세개다. 남편을 따라서 미국에 와서 사는 건 당연히 힘들다.

가장 힘든 건 한국에서 누리던 내 생활이 없어진거다. 남편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나는 일도 못하고, 애를 키워야 한다. 일을 할 수 있어도 힘들어하는 사람도 여러 명 보았다. 일도 하는데 아기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었으면 가족들 도움도 받고, 가끔 아이 맡기고 친구들도 만나러 나가고 했을 텐데, 여기선 온전히 두 사람이 다 감당해야 하니,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남편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그중 대부분은 '그래, 내가 타국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내도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한국에 적당한 일 찾아서 가자.' 그리고 마음에 차지도 않는 직장을 찾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미국에서의 몇 년의 노력에 대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한국에 이렇게 돌아간 부부들 중 대부분은 미국에 다시 오고 싶어 한다. 포기한 결실에 대해 미련을 놓지 못한다.


제발 아내로서, 배우자로서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배우자로 인해서 꿈을 포기한 사람은, 아쉬움이 더 크다. 본인이 선택한 사람이고 가족이기에, 그녀를 위해서 한 결정이었을거다.

그럼에도, 몇 년간 고생을 하고, 원하는 결실을 얻지 못한 마음은 다른 걸로 보상할 수 없다. 그러니, 그의 꿈을 위해 힘들어도 함께 버텨주자. 그 몇 년 만 버티면, 언젠가 내 꿈을 지지 받을 차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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