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기회일까?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by 요부마


매주 목요일 무비 타임.

리뷰를 쓰는 속도가 영화를 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남편과 나는 한 주씩 보고 싶은 영화를 번갈아가며 고른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영화는 <남극의 셰프>를 연출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아오이 유우와 히가시데 마사하루(불륜이 밝혀진 후, 비호감 배우로 전락하긴 했지만)이 주연을 맡았다.

2분 정도의 짧은 예고편에는 남편이 죽고 혼자 남은 할머니가 구두끈을 고쳐매고, 산을 오르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원한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는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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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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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의 독거노인 모모코.(분장을 잘못한 건지, 아무리 봐도 피부가 너무 탱탱해서 50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편 슈조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연락도 하지 않는다. 딸은 가끔 찾아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나마 모모코를 웃게 하는 건 귀여운 손녀다.



모모코는 혼자 사는 노인의 지루한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은 오늘 같다.

모모코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어차피 일어나도 할 일도 없는데, 뭐 하러 일어나려고?"

그녀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그녀의 몸에 올라탄 남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모모코는 일어나서 매일 하던 대로 계란 프라이를 하나 부쳐서 식빵과 함께 먹는다. 그리고 병원에 병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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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대기실에는 비슷한 또래의 노인들이 나란히 앉아있다. 세 시간이나 기다려 만난 의사는 언제나처럼 "상태를 지켜봅시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병원에 다녀오고 나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모모코는 인스턴트 된장국과 밥, 마트에서 산 슈마이(딤섬)으로 저녁을 먹는다.

그나마 그녀가 관심이 있는 건 고대 생물학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삽화를 따라 그리고, 기록도 한다.

책을 빌릴 때마다 그녀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사서는 매번 모모코에게 "나랑 00 배우러 가지 않을래?"라며 권하지만, 그럴 때마다 모모코는 매번 거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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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코를 제일 귀찮게 하는 건 그녀와 같은 옷을 입고 고향인 도호쿠 사투리를 쓰는 세 명의 남자다.

그들은 항상 "나는 너다."라고 말한다. 머릿속에서 남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내가 미친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모모코의 일상에서 그나마 그녀에게 말을 시키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없다면 모모코는 말을 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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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코가 원래 이렇게 지루하고 수동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의 그녀는 밝고 쾌활했다.

고향에서 부모님이 선을 본 동네 유지의 아들과 결혼을 시키려고 하자, 결혼 전날 혼자서 고향을 떠날 정도로 당돌했다. 숙식 제공이 되는 식당에 취직을 했고, 친구도 사귀었다.


어느 날, 식당에 손님으로 온 슈조에게 한눈에 반한다. 슈조에게 먼저 호감을 표시하며 다가간 것도 모모코였다. 이쯤 되면 당찬 신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모모코는 본래의 모습을 슬슬 잊어갔다.

그리고 이제 딸이 자신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딸을 향한 후회로 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시다 잠든 모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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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결심을 한 듯이 허리에 파스를 잔뜩 붙인 모모코는 남편의 묘를 찾아간다.

그 길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난다. 할머니와 숨바꼭질을 하려고 고타츠(일본에서 사용하는 난방용 탁자) 안에 들어갔다가 다리에 화상을 입었던 때로.

어린 자신에게 "많이 아팠지?" 하고 묻고, "응, 많이 아팠어."라고 말하는 아이 모모코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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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듯 무릎을 구부리고 주저앉는 모모코에게 누군가 손을 내민다.

고개를 들자, 젊은 시절의 남편이다.

"허리도 아프면서 왜 걸었어."라며 모모코의 손을 꼭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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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슈조와 사랑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모모코는 여전히 그 시절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마음속의 세 남자에게 슈조와 함께 했던 때를 이야기할 때, 모모코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수줍어하며 얼굴을 밝혔다.

"그때는 슈조와 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바라보며, 현재의 모모코는 "바보 같은 기집애."라고 말한다.

이어서 모모코는 젊은 모모코(아오이 유우)에게 말한다.

"슈조가 죽었을 때, 한 점의 기쁨도 있었어. 나는 혼자 살아보고 싶었어. 슈조의 죽음은 나에 대한 슈조의 배려였던 거야. 내가 혼자 살 수 있게 해주려고 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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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며, 남편은 그건 모모코의 진심이라기 보다 자기합리화라고 했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남편의 죽음과 혼자 남겨진 걸 받아들이기 위한 자기 위안이라고.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감했다. 그리고 말했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사랑했던 사람, 가족의 죽음을 진심으로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은 그 안에서 좋은 점을 찾지 않으면, 견디기가 너무 힘드니까 나름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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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묘에 올라가는 모모코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 안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등을 밀어주고, 꽹과리를 치며 그녀를 응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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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모모코가 엄청나게 변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이전과 별다른 게 없어 보인다.

여전히 그녀는 혼자다. 대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왜 일어나려고?"라고 묻던 남자가 사라졌다. 아침을 먹고, 소복하게 내린 눈을 아픈 허리 때문에 끙끙대면서 치운다. 똑같은 길을 걸어 도서관에 도착한다. 책을 몇 권 빌려서 대여를 하려는데, 도서관 사서는 지치지도 않는지, "태극권 배우러 같이 가지 않을래요?"라고 묻는다. 모모코는 "응. 그래요."라고 대답한다. 사서는 당황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그럼, 연락할게요." 사소하지만 큰 변화다.



병원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려 의사를 만난다. 그런데 의사가 달라졌다. 원시인이다.

그는 모모코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놀랍다. 네가 여기 있다는 게..."

원시시대부터 지금의 모모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삶과 죽음이 거듭되어 이어져왔다.

나 역시 문득 그 사실이 놀랍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는 평범하지만 절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이후로, 수많은 죽음이 있었다. 그중에 자신의 종족을 보존한 인류는 많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우리의 선조가 계속해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내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모모코는 오랜 시간 동안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매우 놀랍고도 특별한 존재라고!


늦은 오후. 여전히 집은 적막하고 그녀는 혼자다. 예전에는 귀찮아했던 세 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간식인 마른 멸치를 건넨다. "나는 너다."라는 중얼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하는 모모코.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손녀였다. 할머니에게 망가진 인형을 고쳐달래려고 혼자 버스를 타고 왔다고 한다. "인형 치마를 만들어줄까?"라고 묻는 모모코에게 손녀는 모모코가 태어난 도호쿠 지방의 사투리로 "응, 맹글어줘~"라고 말한다. 고향의 말을 하는 손녀를 보며 모모코는 환하게 웃는다.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이 영화의 원작은 와카타케 치사코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인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이다.

와카타케 치사코는 55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글쓰기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63세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65세에 책이 정식 출판되었다.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생각한 것들을 74세의 모모코라는 할머니를 통해 담아내었다고 한다.


작가 자신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하는 나이에 새롭게 글쓰기를 시작했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 거다. 작가의 진심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2017년 제54회 문예상, 2018년 제158회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21년에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



아직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에서 책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의 작가 인터뷰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먼저 자기 자신 안에서 ‘나는 이제 안 돼, 끝났어, 약한 존재야.’라고 말하는 존재와 싸우는 것이다. 또 여성을 낮은 위치로 바라보는 남성 위주의 사회와도 싸우고 싶었다. 여성도 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일본에서는 여성이 꿈과 희망을 억누르고 사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해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_와카타케 치사코, 출처 예스24'


영화에서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다 담아내지는 못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키타 슈이치 감독은 노년의 지루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영화를 매우 지루하게 전개해나간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보다가 몇 번이나 졸았는지 모른다. 결국 한 번에 다 못보고, 며칠 후에 나머지 부분을 다시 보아야 했다. 일본 영화는 잔잔하지만 그 안에 유쾌함과 감동이 있는 게 장점이다. 특히 아오이 유우라는 배우는 그런 일본 영화의 특성을 매우 잘 살리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내가 영화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재미도 유머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매우 사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루한 사실을 보려고 영화를 보는 건 아니지 않는가?


남편 말을 빌리면, 감독이 아주 작정을 한거 같다고 했다.

"너희가 아무리 젊을 때 빛나는 사랑을 하고,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더라도 나이를 들면 지루한 노년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라고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나.

모든 사람이 화장실을 가는 걸 다 아는데, 굳이 영화에 사람이 응가를 누는 모습까지 찍어서 보라고 들이미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제까지 본 영화 중에 제일 우울하고 공포스럽다고.


나는 남편만큼 이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영화를 이렇게까지 지루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다.

문득, 원작 소설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안타깝게도 꽤 많은 영화가 원작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한다. 욕심을 너무 많이 내는 건지, 아니면 책의 섬세한 묘사를 영화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건지. 모모코의 성찰의 시간과 자신의 지난날의 아픔과 후회를 감싸 안는 과정. 그리고 남은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한 결심을 더 밝게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단, 마지막에 원시에서 현대까지 살아남아 존재한 '나'라는 존재의 특별함을 상기시켜준 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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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타케 치사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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