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테크, 명테크
한때는 나도 명품 가방을 좋아했었다. 명품이 단순한 물건을 넘어 나를 더 특별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줄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스물다섯 살에 부유했던 남자친구로부터 크리스찬 디올 가방을 처음 선물 받았을 때의 설렘과 흥분이 아직도 기억난다. 마치 내가 이 세상에서 뭔가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명품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변했다.
사람들이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명품은 특별한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준다.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지위와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충족시켜 준다. 명품을 갖고 있으면 내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사람들이 나를 더 높게 평가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명품이 주는 특별한 만족감도 빼놓을 수 없다. 남들은 쉽게 살 수 없는 제품을 내가 가졌을 때 뿌듯함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그런 명품백을 가져본 적이 없으므로 나는 모르지만, 가져본 사람들 말로는 그렇다고 한다.)
명품에 대한 나의 생각 변화
한 사건으로 인해, 나는 명품이 부담스러워졌다. 몇 개 되지도 않는 내 명품백을 어린이 뮤지엄 사물함에 보관했다가 도난당한 것이다. 몇 백만 원짜리 가방을 허무하게 잃고 나서, 나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그런 비싼 물건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 짐처럼 느껴졌다.
내가 진짜 무엇을 위해 명품을 갖고 싶어 했는지, 그 가방이 정말 나를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가 명품을 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이 떠올랐다. 명품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의미 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혼 후에 가끔 남편에게 “당신은 언제 명품 가방을 사줄 거야?” 하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지만, 몇 년이 지나니 그 질문은 진심이 아닌 남편을 놀리기 위한 우스갯소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돈 공부를 시작하고, 절약을 하고, 돈을 모으고, 미래를 계획하게 되면서 소비가 지출에서 차지하던 우선순위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는 소비 대신,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명품으로 투자하는 럭셔리 테크, 명테크
하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내가 더 이상 명품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구는 최근에 자신이 오랫동안 들었던 샤넬 가방 하나를 팔았는데, 좋은 가격을 받았다면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명품 가방으로 '럭셔리 테크'를 하면 좋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명품 백을 마음껏 사용하고 지겨워지면 거의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니! 귀가 솔깃해졌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명품 재테크'에 대해 알아보았다.
요즘에는 명품을 단순한 소비가 아닌 투자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인기 있는 브랜드나 특별한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올라, 되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일부 제품들은 출시와 동시에 중고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하고, 자산을 불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나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명품 가방은 매년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인기 있는 디자인이나 한정판 제품은 되팔 때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결론은 명품을 투자로 생각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거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1. 가격 변동성
명품의 가치는 브랜드와 디자인, 유행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잘 팔릴 시기를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고, 생각만큼 이익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특정한 브랜드와 모델을 제외하고는 그 가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갖고 있는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면, 당연히 제값을 받을 수가 없다.
2. 관리 비용
명품 가방은 보관과 관리가 중요하다. 새것처럼 깨끗하게 유지해야 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
3. 내면의 우선순위
나에게는 명품이 주는 외적인 만족보다 지금의 시간을 소중하게 즐기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 비싼 돈을 주고 사는데, 어떤 제품을 살지, 어디서, 얼마에 살지 알아보려면 시간과 노력이 든다. 나는 그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공부나 여행처럼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거나, 가족과의 시간을 위한 지출이 훨씬 의미 있게 느껴진다.
명품을 사지 않고 얻은 것들
명품을 사지 않기로 선택하고 나니, 내 삶이 달라졌다.
첫 번째는 재정적 여유다. 명품을 사지 않으니 그 돈을 저축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돈에 대한 불안이 줄었고,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명품이 없어도 충분히 나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부의 평가보다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명품을 살 수 있는 돈을 나 자체를 가꾸는 데 쓰는 중이다.
예를 들면, 헬스클럽을 등록해서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운동을 배우고 있다. 가능한 유기농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순한 기초 화장품을 사용하고 마스크 팩을 사서 붙인다. 책을 사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또한 환경 보호에도 작은 도움이 된다는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옷과 가방 등은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예전에는 해마다 습관적으로 옷을 사고, 해가 바뀌면 또 의례적으로 버렸다. 적게 사면 적게 버린다. 소극적이긴 하지만, 환경 보호에도 도움을 보탤 수 있다.
결혼 10주년과 나의 선택
올해 10월 5일,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10주년이 되었다.
특별한 날이라, 일을 쉬고 같이 보스턴 시내에 데이트를 하러 갔다. 프루덴셜 빌딩에는 유명한 명품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쇼핑가가 있다. 갑자기 남편이 루이뷔통 매장 앞에 멈추더니, 명품 가방을 사줄 테니까 골라보라는 게 아닌가.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나는 처음 있는 일이라 순간 놀랬다.
예전의 나였다면 비명을 지르고 남편을 껴안아주고 바로 루비이통 매장 안으로 달려갔겠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런 스스로에게 당황해서, 일단 커피부터 마시자고 하고 남편 팔짱을 끼고 자리를 떴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머릿속으로 '뭘 사지?'하고 고민했다. 역시나, 갖고 싶은 명품백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그 돈으로 가족과 이탈리아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그 돈으로 내년에 같이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다. 남편은 조금 실망한 눈치였지만, 알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소비를 위한 욕망을 넘어서, 더 많은 경험과 꿈을 원한다.
명품백이 사고 싶다면, 사기 전에 내가 왜 그것을 원하는지, 자신의 마음속 심리를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신용카드를 긁기 전에 내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 명품이 주는 만족감이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내 삶의 우선순위를 찾는 것이 먼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