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래를 보여드립니다.

여든 살 친구들을 만난 날

by 요부마

나는 언제나 내 미래가 궁금하다.

'내가 원하는 꿈을 현실처럼 생생하게 그리면 이루어진다.'는 시크릿 기법을 알게 된 후로 더욱 그렇다.

막연하게야 건강하고, 젊게 보이고, 돈도 많고,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생생하게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고서야 알았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12월 첫 주 목요일. 5년 만에 브라운 대학교 교수 배우자 모임에 나갔다. 내가 이 모임을 알게 된 건 9년 전이다. 로드아일랜드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나는 브라운 대학교에 직원 가족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Women and Men of Brown. 자세한 내용도 없이 달랑 이메일 주소 하나가 적혀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00 학과에 새로 온 이 교수의 아내, 이자벨이라고 합니다.'라고 시작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모임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 코린이라는 나이 지긋한 분에게 전화가 왔고, 마침 회원 중에 한국인이 있다며 소개를 해주었다. 그렇게 타지에서 처음 아는 사람이 생겼다. WMB 회원들은 20명 정도로, 모두 교수님의 아내였다. 당시 나이는 평균 70대였다. 대부분 은퇴를 했고, 자녀들은 다 커서 손주까지 있었다. 이미 남편 분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가 되신 분도 있었다.

그분들 눈에 당시 서른넷 살이었던 나는 애였다. 매달 회원들의 집에서 돌아가며 다과회를 했다. 나이 든 사람들 틈에서 영어도 어설픈 젊은 동양인 여자가 무슨 재미로 거기 갔나 싶겠지만, 솔직히 나는 그 사람들이 좋았다. 내 나이 때 만나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며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사정을 잘 알았고 편안했다. 나는 임신을 했고, 나단이를 낳았다.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모임에 나갔다. 이후 코비드가 퍼졌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몇 년 만에야 다시 모일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돌아가신 분도 있고, 아파서 병원에 계신 분도 있었다. 20명 넘게 북적거리던 모임은 나를 포함해서 12명으로 줄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전에 모여 깜짝 선물 뽑기를 한다. 방법은 간단한다. 각자 20불 이하의 선물을 준비한다. 한 명씩 번호표를 갖고 상자에 같은 번호를 넣는다. 대표가 번호표를 하나씩 호명할 때마다, 해당 번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선물을 고른다. 바로 포장을 뜯어 모두에게 보여준다. 다음 사람이 선물을 고른다. 첫 사람과 다른 점은 자기가 고른 선물을 이전 사람의 선물과 바꿀 수 있다. 이때 재미있는 신경전이 발생한다. 첫 사람에게는 혜택이 하나 더 주어진다. 다른 사람이 뽑은 선물 중에 마음에 드는 선물이 있으면 자기 것과 바꿀 수가 있다.

선물을 뜯을 때마다 회원들은 뭐가 나올까 궁금해한다. "난 자기 선물이 마음에 드는데?"라며 장난을 치는 80세 할머니들은 마치 여덟 살 아이들처럼 개구지다 이미 세상에서 좋은 거 다 보고, 갖고 싶은 것도 가져본 사람들이 20불짜리 선물에 일희일비한다.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그중에는 노벨상 수상자 남편을 둔 베릿 여사도 있다.

두 시간 동안 서로 반갑게 껴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선물을 나누었다.

그중에 마흔 살은 나 한 명이다. 그중에 시간 맞춰 초등학교에 있는 아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내 옆에 앉은 코린은 나를 보며 말했다. "이자벨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면 내 젊은 시절이 떠올라." 그 말을 들으며, 어린아이를 키우는 또래 친구들과 모여 앉아, "아, 우린 언제 자유로워져?"라며 하소연했던 게 미안해진다. 동시에 아직 많은 추억을 만들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미래의 모습을 뚜렷하게 그리지 못하던 나는 80세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 확실하게 알았다. 내가 어떤 미래를 살고 싶은지.


첫째,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건강하고 싶다.

이날 모인 12명은 친구를 만나러 나올 만큼 건강했다. 여든 살이 넘었으니, 당연히 온몸에 아픈 곳 투성이었지만 적어도 자기 다리로 걷고, 두 시간 동안 앉아있고, 음식을 씹을 수 있고, 맛을 느낄 수 있다. 그중에는 최근 암투병을 한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건 그만큼 정신이 맑고 삶에 대한 의지가 살아있다는 의미다. 노화와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밝은 웃음을 지을 수도, 값싼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수도 없다.

자기 밥값을 내고, 선물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도 있다. 모두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고, 여전히 여행과 취미를 즐긴다.


두 번째,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 출연자가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이 있다. "나이 들면 혼자가 편해요!"

모임이 마무리되어갈 때, 훤칠한 키에 긴 버버리 코트를 입은 에릭이 나타났다. 에릭은 이나의 남편이다. 암으로 약해진 아내를 데리러 온 거다. 에릭을 발견한 순간 이나가 환하게 웃는다.

잠시 후, 그웬의 남편 피터가 나타났다. "미안해요. 내 와이프 좀 데리고 갈게요."

두 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와 남편도 나이가 들어서도 저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둘 다 건강하게 살아있으면서, 서로를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랜 시간 동안 좋은 일도, 힘든 일도 함께 겪으며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과 아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


세 번째, 언제나 꿈을 갖고 싶다.

나이에 상관없이 꿈이 있는 사람의 얼굴에는 생기가 있다.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리고, 입가에는 미소를 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큰 소리로 웃는다.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다정하게 대하는 건 기본이다.

꿈이라고 하면 엄청난 목표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의 여든 살 친구들의 꿈은 소박하며 소중하다. 내년에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시 만나는 것. 대화 중에 여든 살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 "무슨 물건을 그렇게 많이 샀는지 몰라. 내가 죽고 나면 자식들이 치우느라 고생할 텐데. 얼른 정리해야지.", "아이들 클 때,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 그랬어. "남편이 그리워."

그녀들은 이제 안다. 인생에서 성과를 달성하고, 멋진 물건을 갖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순간이란 걸.


원하던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만 너무 힘들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그런 생각들로 미래의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나보다 한참 앞서 산 사람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나는 건강하고, 유쾌하며, 남편과 손을 잡고 산책하고, 내 아들 나단이를 언제든지 따뜻하게 웃으며 반겨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구글맵에 손가락을 찍으며 말할 거다. "이번엔 여기에 가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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