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보다 비우기
"왜 부자가 되고 싶었어요?"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어서요."
"왜 성공하고 싶으셨어요?"
"싫은 사람 대신 내가 원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서요."
사업에 성공한 사람, 재테크로 부자가 된 사람, 자기 계발로 유명해진 사람. 그 사람들에게 왜 성공하고 싶었는지, 부자가 되고 싶었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자유롭고 싶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돈이 들어오는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자유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라. 채워 넣어라. 그럼 나처럼 자유로워질 테니.
그 말을 믿었다. 무조건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정말 자동으로 돈이 생기는 장치를 만들어 놓으면 자유로워질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원하는 곳에 가서 살 수 있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우면 더 갖고 싶다. 가지면 더 원한다. 원래 인간이 그렇다.
'이만큼 가졌으니 충분해. 나는 이제 자유롭게 살 거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취할 때의 짜릿함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또 느끼고 싶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고 싶다.
보통 그 열정과 노력하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사실일 거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가질수록 시간의 자유가 생긴다는 말도. 원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고백도. 갖고 싶은 물건을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자랑도.
그들은 그렇다고 치고, 나는 어떨까?
나는 채울수록 자유로워지는 사람인가? 24시간을 촘촘하게 쪼개어 많은 일을 할수록 시간이라는 블록에 갇힌다.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즐겁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때 행복하다.
정해진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우선하면 '성취'에 뿌듯할 수는 있어도 즐겁지는 않다.
얼마나 많은 업무(task)를 처리했는지보다 그 일을 할 때 감정과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
건강과 음식 섭취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먹으려고 하면 몸이 무겁다.
맛있는 거, 비싼 거, 좋은 거 먹었을 때 잠시 기쁠 뿐. 내 몸은 기가 막히게 알고 속삭인다. '지나쳤다. 너.' (그 속삭임이 방귀다.)
돈은 어떨까?
분명 나는 학생 때보다, 결혼 전 보다, 신혼 때보다, 나단이가 태어났을 때보다 더 큰 집에, 예금도 많고, 주식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더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나? 아니. '이걸 어떻게 더 빨리, 많이 불리지?' 고민한다. 머리는 더 무겁고, 생각은 더 복잡해졌다.
(100억 부자가 나타나 '나만큼 가지면 자유로워질 거예요.'라고 하면 할 말을 잃겠지만.)
성장이라면 성장이고, 성취라면 성취다. 그런데 '자유로움'만 놓고 생각해 보면, 채울수록 덜 자유롭게 느껴진다. 더 많은 걸 갖게 되고 유지하기 위한 부담이 커진다.
그렇다고 내가 '무소유'를 예찬하고 싶은 건 아니다. 대신, 비우면 확실히 더 가볍고 개운하다.
하루 일정에서 꼭 하고 싶은 일, 나를 기쁘기 하는 일만 뽑아낸다. 그리고 나머지는 비운다.
나는 요즘 7살 아들, 나단이가 더욱 사랑스럽다.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고, 뽀뽀하고, 발을 문지르고, 음식을 챙겨준다. 체스도 같이 하고, 닌텐도 게임도 남편과 셋이 주르륵 앉아서 같이 한다. 학교에서 열이 난다고 전화가 오면 바로 데리러 간다. 갈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남편에게 묻는다. "오늘은 어땠어요? 회의는 잘 했어요?" 문자를 보낸다. "알라뷰!"
설거지, 청소, 집안일은 몰아서 하지만 오늘 하기로 한 책장 정리는 한다. 비운다.
음식도 먹을 만큼만 간단하게 한다. 속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어제는 단 게먹고 싶어서 과자를 샀다. 먹으면서 생각했다. '음... 역시... 무겁다. 비우는 게 낫네.'
병은 더 먹으려고 할 때 생긴다. 먹어야 할 것만 먹으면 건강해진다. 시간도, 노력도, 에너지도 덜 든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시간이 훌쩍 간다. 즐겁고 설렌다. 나를 기쁘게 하는 일들을 먼저 한다.
이때 유튜브나 SNS에서 인플루언서, 유명 강사들의 영상을 보고, '내가 성공을 할 수 있을까?', '내 책이 잘 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잘 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 머릿속에 콘텐츠들이 마구 충동을 일으킨다.
이 사람이 끌어당기고, 저 사람이 잡아당긴다. 서로 내 방법이 맞고, 내 글이 공략집이라며. 그 순간 내 자유로움은 누군가에게 속박된다.
그럴 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비워내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과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느끼는 재미에만 집중한다.
결국 자유롭고 싶다는 것은 기쁘게 살고 싶다는 말 아닐까?
주식 배당금이 불어나고, 임대료를 받고, 콘텐츠로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역시, 내가 즐거워하면서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어야 진정 '경제적 자유, 시간 부자, 자유로운 나'가 될 수 있는 걸 거다.
자유는 나중에 찾는 게 아니다. 지금 '기쁘게' 누리는 거지. 비우면 보인다. 내 기쁨과 즐거움.
한 번뿐인 인생이다. 본질은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