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이후에 오랜만에 온 브라운 대학교 교수회관에 왔다.
Brown Faculty Club
한국의 대학교에 교수님들이 가시는 교수 회관, 교수 식당이 있는 것처럼 미국의 대학에도 패컬티 클럽이 있다.
Faculty(Noun)
a group of university departments concerned with a major division of knowledge.
명사) 능력, 학부, 교수단
이곳에서는 교수님들끼리 식사도 하고, 교수님들이 학생들과 만나기도 하고, 외부에서 오신 손님들을 대접하기도 하는 곳이다.
남편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들이 학교를 방문하거나, 감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을 때는 이곳에 예약을 한다.
오늘은 남편의 대학교 후배이며, 하버드 MGH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분께서 6개월 전에 부부의 연을 맺으신 분과 함께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보스턴에서 10년을 일하시고 결혼을 하시고 나서 얼마 전에 한국 카이스트 대학교에 인공지능 학과 교수로 임용이 되셨다고 한다. 겹경사다.
감사하게도 곧 한국에 들아가시기 전에 우리를 만나고 싶으시다며, 프로비던스까지 아내 분과 함께 와주셨다.
8년 전, 우리가 하버드 교수회관에서 결혼식 할 때도 와주셨던 분이 이렇게 자신의 배우자를 만나고, 원하던 직장에 취업을 하시고, 10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신다니...!
'그동안 혼자서 노력한 긴 시간이 지금의 행복으로 이어졌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뜨끈해졌다.
연구라는 일은 꾸준한 노력과 진득함이 없으면 하기가 힘든 일이다.
엉덩이가 수시로 들썩거리는 나로서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신기하면서도 존경심이 생긴다.
나이대는 비슷하지만,
이제는 결혼 8년 차에 많이 편해진 우리 부부와 다르게,
여전히 핑크핑크한 느낌의 신혼부부.
옷도 아내분은 옅은 핑크색의 니트를 입고,
남편분은 지퍼가 달린 옅은 그레이 니트 안에 핑크와 라벤더 체크가 섞여있는 셔츠를 입고 오셨다.
남편분은 원래 빨간색을 좋아하셨는데,
아내분이 오셔서 싹 다 버리고 뉴트럴한 컬러의 옷으로 바꿔주셨다고.
결혼을 하고 나면 배우자의 취향에 따라 옷의 취향도 바뀌는 것 같다.
아내분은 또 남편분이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말을 한다며, 볼멘 불평을 하셨는데,
10년간 혼자 자취생활하다가, 이제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짝이 생겼으니, 얼마나 신나실까?
그동안 품었던 설움을 6개월 동안 푸시고도 다 못 푸셨나 보다.
그런 불평도 나로서는 다 귀엽게만 들렸다.
애피타이저로 아티초크 딥이 나왔다.
캐스트 아이언이나 오븐볼에 크림치즈, 파마산치즈, 사워크림과 아티초크를 넣고
오븐에 구워 뜨겁게 나온 딥에 바삭하게 구운 빵이나 칩을 찍어먹는 요리다.
오이스터라고 해서 생굴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로드아일랜드, 메인 주는 생굴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생굴은 비려서 못 먹었던 사람들도
여기 오면 생굴 마니아가 되어서 돌아간다.)
이건 마치 아마존 정글에서 막 잡아 올린 것 같은 비주얼이다.
생굴이 아니라 익힌 굴 위에 크리미 스피니치(생크림에 익힌 시금치)가 올려져 있다.
다른 풀들은 먹어도 되는 건지 관상용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아무리 호기심이 강한 나지만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Monkfish_아귀
아귀 살은 쫄깃해서 서양에서도 즐겨 먹는다.
그런데 베이스에 깔린 콩과 고기 조림이... 생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여기도 녹색 장식. 오늘의 테마는 그린인가 보다.
남편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남편이 자신이 먹기 전에 고기를 잘라서 내 접시에 놓아준 두 점을 올려주었다. 음... 질기다.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웬만한 스테이크 전문점이 아니면, 집에서 한국식으로 그릴에 고기를 바로 구워서 먹는 게 더 맛있어졌다.
여기도 그 정체불명의 잎사귀가 올려져 있다. 확실히 오늘의 테마는 녹색 식물인가 보다.
오늘 내 취향을 저격한 것은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아티초크 딥이었다.
계속 바게트에 딥을 듬뿍 올려먹으며, 남편분들이 언제나처럼 연구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아내분과 맛집과 여행 이야기, 신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의 대학교 식당이 학교 밖에 있는 식당보다 맛있지는 않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공통점일까~?
예외적으로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 식당은 맛있었다.
문득, 세계에 있는 대학교 식당을 찾아다니며 학식을 먹어보는 탐방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가 전문 식당은 아니니까.
2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대학교의 건물 안에서, 연구를 위해서 정진하는 사람들의 정신이 깃든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거니까'라며 나 스스로를 위로해 보았다.
오랜만에 풋풋한 신혼부부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니, 왠지 내가 되게 나이 먹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어 슬쩍 웃음이 지어지는 날이었다.
날씨도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