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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떻게 살고 계세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연달아 읽었다. 그리고 지금은 <잡문집>을 읽는 중이다.


잡문집이란, 말 그대로 하루키가 여러 잡지에 기고했거나, 의뢰를 받아서 썼지만 공개되지 못한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자꾸 말을 갈 때처럼, 이야기가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들어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굳이 왜 이런 책을 만든 거지? 하루키면 다냐?'라는 의아함과 약간의 실망감을 참고 계속 읽다 보니,

어느새 재즈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하루키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알겠지만,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등단하기 전까지 그는 도쿄 고쿠분지에 있는 작은 건물 지하에서 7년 동안 재즈 바를 운영했었다.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단지 '하루종일 재즈를 실컷 듣고 싶다.'는 이유로.


덕분에 하루키의 소설과 책을 읽으면 재즈에 대한 그의 조예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가 소개하는 재즈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을 찾아들으며 책을 읽다보니 마치 내가 하루키의 재즈바에 앉아서 재즈를 들으며 언더락을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음악, 그가 만난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일화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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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재즈 바를 열었을 당시에 대해 회상한다.

"꽤 많은 빚을 떠안고 있었고 일 자체도 힘들었지만, 솔직히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이십 대 중반이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가난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좋아하는 음악의 바다에 풍덩 빠져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현재의 소설가로 성공한 하루키를 생각하면, '하루키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살았기에 지금의 하루키가 된 게 아닐까?

재즈 바를 운영해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가게가 망하면 어떻게 될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종일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런 삶의 자세가 묻어난 글을 쓸 수 있었고, 결국 그의 책이 사람들의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린 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그냥  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빚도 많고 힘들지만 행복해하는 긍정적인 마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는 못하는 선택이니까.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한창 아이 키우고, 돈도 많이 드는 시기. 남들이 써줄 때 밖에 나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나이.

대출도 있고, 가사며 집관리를 혼자 하려니 힘은 들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덜 먹고 덜 쓰고. 나가서 일하는 대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언젠가 빚 다 갚고, 큰 집으로 이사 가고, 다 갖출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  

내가 나중에 하루키 같은 성공한 작가가 될지, 안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하루키 같은 사람이 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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