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낙곱새를 좋아해!
나는 곱창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낙지, 곱창, 새우가 듬뿍 들어간 ‘낙곱새’를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십 년 동안이나 먹지 못했다.
첫째, 로드아일랜드 주변에 낙곱새를 파는 곳이 없고,
둘째, 남편과 아이가 먹지 않고,
셋째, 먹을 곳이 있어도 혼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십 년 만에 보스턴 ‘곱창 이야기’에서 낙곱새를 먹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지연이 역시 남편이 곱창을 먹지 않아 한동안 먹지 못했다고 했다. 드디어 낙곱새를 먹게 된 우리는 음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젓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신이 났다. 푸짐한 전골냄비를 보고 “둘이 먹기에 너무 많네!”라던 말이 무색하게 싹 다 먹었다.
아내로, 엄마로 살다 보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가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니까’
‘아이가 싫어하니까’
‘아이 혼자 다 못 먹으니까’라며 아이를 우선하게 된다.
가족 챙기느라 나는 대충 서서 먹을 때도 있고, 아이가 남긴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나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까먹고 만다. 제법 자신의 기호가 확실한 나 역시 자유롭지 않았다.
아이가 커가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식당에 가도 키즈 메뉴를 따로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속도로 걷을 때 편한지.
이전과 취향이 같은 것도 있고, 달라진 것도 있다.
오늘 낙곱새를 와구와구 먹으며 알았다.
'나는 여전히 낙곱새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