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심리학>, 필립휴스턴 외 2명 & <FYRE>, 크리스 스미스
전직 CIA 거짓말 탐지 조사관 3인이 거짓말 간파하는 법을 기록한 <거짓말의 심리학>, 그리고 2017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FYRE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의 공통점은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하며, 왜 거짓말에 속는가?
FYRE의 다큐멘터리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FYRE는 연예인에게 직접 연락하여 섭외할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를 만든 사업가 빌리 맥팔랜드와 래퍼 자 룰은 이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바하마의 섬을 빌려 초호화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우선 인플루언서인 모델들을 바이럴 마케팅에 이용하여 SNS에 홍보한다. 그러자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환상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홍보영상이 실현 불가능한 거짓임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환상 속 이미지를 멈추지 않고 좇는다. 그 결과 계속해서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고, 사기꾼 빌리 맥팔랜드는 순식간에 젊은 사업가로서 성공한다. 그렇다면 맥팔랜드는 어떻게 그 많은 젊은이들을 속이고 돈을 가로챌 수 있었을까?
'타인과 구별되고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가장 손쉬운 허세와 허영으로 쟁취한 비뚤어진 우월 의식'
이것이 바로 SNS 속 밀레니엄 세대가 가지고 있는 대중 심리다. 그들은 인플루언서의 FYRE 파티 홍보 영상을 보며 상상했다. 인싸라 불리는 자들의 Hip 한 갬성을 자신들도 동일하게 누리며 같은 장소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이 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Fyre Festival의 거짓을 알리는 사이트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렸다.
진정 무엇이 우리를 타인과 구별되고 특별해지게 만드는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세상 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따르기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사기꾼이 사업가의 명함을 달고 호의호식하며 지낼 수 있게 돕는 꼴이 됐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시선은 참석하지 못했던 자들이다. 최종적으로 사기극임이 밝혀졌을 때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통쾌함을 부르짖었다. 그 모든 상황을 부러움과 시기심으로 지켜보던 자신의 열등감이 순식간에 우월감으로 뒤바뀔 때 오는 비열한 쾌감에 그들은 환호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열등감과 우월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하나의 감정이라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2013년 WHO 조사에 따르면 OECE 사기 범죄율 1위를 차지한 거짓말의 공화국은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2005~2010년 한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신뢰도는 32.9%로 2010년 세계 가치관 조사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흔히 사람들은 사기 치는 사람을 두고 머리가 좋다고 하고, 사기를 당하는 사람을 두고 속은 놈이 바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또한 사기꾼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 낸 거짓말이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2004~2008년까지 10개의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으로부터 4조 원을 가로챘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사 수신 사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렇다면 조희팔은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속이고 그 많은 돈을 가로챌 수 있었을까? 우선 사기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간이 타인을 속일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사기에 속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당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악마의 가장 큰 속삭임은 이것이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시안적인 사고의 조급함과 욕심'
이것이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대중 심리다. 이런 심리가 짙어질수록 권력층만 아는 정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어진다. 조희팔은 이러한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었기에, 사람들이 가장 얻고 싶어 하는 것을 오히려 그들로부터 가로채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결국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은 알고 보면 타인이 아닌 자신과 하는 게임이다. 거짓말쟁이의 가장 큰 재앙은 타인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도 아니오, 자신이 타인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자기기만'이라고 부른다.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행복만을 좇아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우는 없다. 또한 자기감정을 속이면서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경우도 없다. 이는 직업, 결혼, 취미 등 삶에서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든 순간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세상의 기준이나 타인의 욕망 보다,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자신의 욕망을 욕망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말은 진리다. 그것만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희대의 사기극에서 빠져나와 자기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기기만은 대인 기만(interpersonal deception)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사실이 아닌 일에 대하여 혹은 반대되는 증거가 충분히 있는 일에 대하여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합리화하고 믿고자 하는 경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