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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기술을 결합하는 콘텐츠만이 성장하고 살아남는다

<넷플릭스하다>, 문성길

by 이은영

#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 당했다(Blockbuster was netfliexde)


"넷플릭스 당하다 (netflixed)"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는 놀라운 혁신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했을 때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넷플릭스(netflix)'를 동사로 쓰면 무슨 뜻일까? 비즈니스 혁신 공장의 창립자인 사울 캐플런 (Saul Kaplan)은 이렇게 정의한다.

1.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붕괴하거나 어지럽힌다.

(to cause disruption or turmoil to an existing business model)

2. 이전의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다

(to destroy a previously successful business model)

3. 가치가 현재 만들어지고, 전달되고, 획득되는 방법을 폐기하다

(to displace the way value is currently created, delivered, and captured)


기업 이름이 사회 현상을 대변하는 용어로 쓰이기까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혁신의 핵심에는 극단적인 이용자 편의주의에 있다. 넷플릭스는 DVD를 우편으로 배달하던 시절부터 이용자 관점에서 생각했다. 연체료 없애기, N스크린 환경 개선, 추천 시스템, 자동 이어 보기, 다수 계정,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극장 개봉과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 진행, 드라마 전체 분량을 한꺼번에 공개하기 등 오늘날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은 이용자의 입장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소비자 불편을 혁신하는 사업자가 기존의 판도를 뒤엎는다. (p.97)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이 가장 무서운 경쟁자이며, 아마존과 차별화하기 위해 색깔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넷플릭스의 경영철학을 일상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최고의 팀은 소속 신호(belonging cues)를 주고받는다

며칠 전 B2B 독서 모임 파트너 면접을 보고 왔다. 2개의 아티클 중 첫 번째는 구글이 밝혀낸, 생산성 높은 팀의 1순위 비결이었다. 2015년 말 구글은 생산성 높은 팀의 5가지 비결을 밝혀냈다. 신뢰성, 조직구조와 투명성, 일의 의미, 일의 영향력, 그리고 심리적 안전이었는데, 이 중 '심리적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자 나머지 4가지 비결의 전제였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의 저자 대니얼 코일도 최고의 팀을 만드는 첫 번째 비결로 심리적 안전을 꼽았다. 대니얼 코일은 안전성의 근원이 '소속 신호(belonging cues)'라고 말했다. 그것은 '집단 내의 안전한 교류를 형성하는 일련의 행동'을 의미한다. 그의 이야기를 그대로 빌려오자면 '개개인을 특별하고 가치 있게 대하고,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작고 사소한 신호들'로써 밀착도, 눈 맞춤, 에너지, 보디랭귀지, 목소리 크기, 강조의 일관성을 비롯해 모두가 모두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가 포함된다. 서로가 자유롭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말할 수 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밝히더라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소속감을 얻는다. 이러한 소속 신호를 서로가 지속해서 주고받을 때 '내가 이곳에서 안전하다(Paychological safety)'라고 느끼는 것이다. 구글의 팀 구성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똑똑하기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다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가면, 그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기업이 경쟁 기업을 연구할 때 그들은 고객의 불편을 해소할 방법에 집중했다. 조직 내 소속 신호를 넷플릭스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한 것이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소비패턴을 연구하며, 디바이스별로 재생이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는 구간이나 배속 데이터까지 모아서 분석했다. 심지어 어떤 섬네일을 보여주었을 때 클릭하는지까지 계산하여 유저의 취향을 저격하는 섬네일 교체 작업도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넷플리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한다. 그렇게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개개인을 특별하고 가치 있게 대하며, 더 나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작고 사소한 신호들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데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2000년 전에도, 고기 잡던 어부들을 사람 낚는 제자로 훈련한 예수의 가르침이 위와 같은 예술에 기술을 결합한 모습이다.

복잡하고 어두운 세상 속에서 반짝이는 진리는 언제나 단순하다.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가치 있게 대하는 것. 그 속에서 서로가 심리적 안전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단언컨대 비즈니스는 물론 인간관계에서도, 그것을 능가하는 방법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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