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만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 "당신은 어디에서 왔습니까?"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작년 11월 한국 방문 중에 <독학력> 북토크를 마치고 북토크에 참여했던 분들과 뒤풀이 커피 타임을 갖던 중 어떤 분이 나에게 물어보셨다. 그동안 싱가포르,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아 오고 계시는데 앞으로도 영국에 계속 살건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또 갈것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질문이 참 좋았다. 나는 답했다. 현재 개인적으로 유럽에서 최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이탈리아라고. 이탈리아에 관한 책을 많이 보고 있고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기회가 되는대로 이탈리아로 가서 살면서 언어도 배우고 그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미국,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영국 등을 경험해오고 있지만, 이제는 기억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나름 열심히 돌아다니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전세계 200여개국 중에서 여행간 것 말고 좀 살았다고 할만한 나라들은 손가락에 꼽는다. 살아왔던 곳보다 가봐야 할 곳들이 여전히 더 많은 것이다. 세상은 새로움들로 여전히 가득 차있다. 그렇다면 사실 우리를 더 흥분시키는 질문은 '앞으로 어디로 가는가'여야 하는데 우리는 좀처럼 '어디에서 왔는지'에 매여 살고 있다. 가보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음에도 말이다.
비단 물리적으로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고'의 문제에만 이것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공부, 진로 등 대부분의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비슷하게 질문한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우리들은 '과거'에 너무 달콤해서 못잊을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