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성실함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벽에 눈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날. 오늘은 헬스장에서 Strength 45라는 클래스에 참여했다. 45분 동안 8개의 각 운동세션을 45초 운동,15초 휴식을 반복하면서 3라운드를 돌리는 클래스다. 수강생들을 임으로 두 명씩 조를 만들어줘서 각 세션을 수행하게 한다. 나와 짝이 된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온 것 같은 여성인데 키는 작지만 근육이 다부진 체격이었다. 첫 시작이 바벨로 하는 세션 순서가 오길래 그래도 나는 남자니까 배려를 한다고 나도 모르게 가벼워 보이는 바벨을 여성분에게 주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른 세션들을 하는 내내 그 여성분의 체력과 근력이 나보다 훨씬 더 좋았으니까. 나는 허덕였고 그 분은 운동 선수같았다.
영국 옥스포드대 경제학과에서 입학지원자들을 인터뷰할때 하는 질문들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질문의 내용을 보니 남학생들한테 물어보는 것이다. 여학생들한테는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어서 물어보지 싶다.)
"여기 세 명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벌거벗은 상태로 당신 앞에 있다고 하자. 당신은 셋 중에 어떤 여성을 선택할 것인가? 이 선택은 경제학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가?"
오늘 운동 클래스를 경험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찾았다. 많은 남자들은 글래머를 선택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근육이 많은 여성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육은 성실함이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형수술로 글래머는 만들 수 있어도 근육있는 몸은 만들지 못한다. 근육이 많으면 최소한 성실하게 절제하고 훈련받을 수 있는 성품을 갖추었다는 뜻일 것이다. 무슨 일을 함께해 나가든 성공은 담보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큰 사고가 날 확률이 줄어든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라는 책에서 저자는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체력이 안되면 아무리 마음은 원해도 짜증도 잘나고 본의 아니게 다정할 수 없다. 예민하고 짜증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면 공부나 일의 난이도가 아니라 체력이 안되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영국에 유학 온 학생들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 그 이유도 들어보면 결국 운동 부족으로 체력이 안좋아서다. 시험 기간에 외국 학생들은 2틀 밤을 새도 견뎌내며 공부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하룻밤도 허덕인다. 어차피 머리는 다 비슷하게 좋은 학생들인데 그 성적 차이는 체력에서 결정난다.
다정함도, 우수한 성적도 성실하게 만들어 놓은 몸의 근육에서 나온다. 성형 수술하는데 수백 수천만원은 아까워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근육을 만드는데 그 돈 만큼의 성실을 발휘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