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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학력 by 고요엘 Jun 17. 2022

전문가의 함정: 전문가도 사실 잘 모른다.

독학력(獨學力) - 왜 독학력이 중요한가

우리 시대는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방송이나 언론에서 ‘전문가’라고 한번 언급되거나 출연하게 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전문가’가 된다. ‘전문가라고 불려짐’이 전문가가 되게 만든다. 이 '불려짐'이 사실은 자신의 브랜드나 아이덴터티 '포지셔닝'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전문가의 의견과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부분의 영역들에 있어서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내용들을 들여다 보면, 사실 결국 그냥 내가 ‘잘’ 선택하고 ‘잘’하는 것이 결론일 때가 많다. 주식 투자 전문가들이 권하는대로 투자해서 돈버는 개미들을 찾기 힘든 이유이다.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는 자신들의 의견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그래서 ‘독학’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시대가 복잡해지면서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이 출연하지만 사실은 그 내용에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선택하고 결정하는 우리 스스로가 독학해야 한다. 당신 스스로가 공부해서 모르면 전문가도 모른다고 생각해라.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의 격차가 줄어든 현 시대에 당신과 전문가의 차이는 크지 않을 뿐더러 내려지는 결론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를 무작정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차라리 전문가의 주장을 다 무시해보라. 그리고 원점에서 본인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오히려 본인 스스로가 전문가가 된다. 


최근에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와 같은 것들이 유행하니까 메타버스 전문가, NFT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 사람들 중에서 사실 2-3년 전에도 이렇게 불렸던 사람들은 없다. 왜냐면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분야니까. 이 분들 중 많은 분들은 자신도 잘 모르는 분야라고 서두를 깔고 자신의 의견을 나누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모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관련 업계에 발담그고 있어왔거나, 해외에서 나오는 정리된 보고서나 기사들을 조금 더 보고 공부해서 책을 출간하고, 그렇게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아는 것이지 당신보다 대단한 소스를 가지고 있거나 학교에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다.

Gary Shapiro, president and CEO of the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speaks on artificial intelligence during a keynote address at the 2019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 in Las Vegas, Nevada, U.S. January 8, 2019. REUTERS/Steve Marcus


2016년 3월에 영국의 DeepMind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바둑기사와 대결을 통해서 인공지능이 산업계에서 뜨겁게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지 않았을 지라도 시대의 흐름을 읽은 대학 교수들은 자신들의 커리어에 인공지능 비슷한 것들은 무조건 추가하기 시작했다. 기존 컴퓨터 공학자들, 수학자들, 통계학자들은 물론이고 경영학쪽에서는 경영정보시스템, 산업공학학자들도 인공지능 전문가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디어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로 나오는 교수들의 반절 이상은 박사 학위 주제가 인공 지능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심지어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 인문학을 전공한 교수들도 어떻게든 인공지능과 자신의 분야를 연결하였다. 나의 경우는, 경영학 전공에 당시 벤처캐피탈에 있었지만, 매년 200-300개의 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술 검토를 한다는 트랙 레코드로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스스로 공부하고, 인공지능에 관한 아카데믹 논문 100여개를 추려서 공부해보니까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현대에 새롭게 출현하는 분야에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해당 분야에 있어온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그냥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다.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늘 주시하고, 본인이 현재 몸담고 있는 분야와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뜨는 분야일 것에 대한 확신이 서면 주저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새롭게 출현하는 분야에 대해 당신이 전문가로 불려지게 되는 일도 당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든 열려 있다. 


전문가가 많아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를 많이 낮추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전문가 혹은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주장이나 의견에 비판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는 개인의 시대이다. 그래서 '독학력(獨學力)'은 이제 우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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