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이 넘는 재임기간(1955.02-2022.09) 동안 15명의 영국 총리가 바뀌고, 14명의 미국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에도 계속 여왕(Queen)의 자리에서 상수(a constant)로 살아왔던 엘리자베스 2세가 지난 9월 8일에 9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총리나 대통령이 최고의 권력(power)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총리나 대통령은 기껏해야 4-5년 임기이고, 겨우 재임에 성공하면 미국의 경우 총 10년인데, 영국 여왕은 임기가 '죽을 때'까지 이다. 실질적 권한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기는 하지만 영국 총리 15명, 미국 대통령 14명 바뀌는 것을 보고, 매번 바뀔 때마다 자기한테 인사오고, 중요한 정책들은 여론을 위해 여왕과 상의도 하고 승인도 얻어야 하니 권력 중의 권력이었다. 총리나 대통령들을 이 정도로 많이 봐왔으면 싹수(?)만 봐도 잘할 애인지 못할 애인지 알지 않았을까.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4개 국가로 이루어진 연방체이다. 그 중에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특히나 사이가 안좋다. 어떤 유튜버가 실험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길가다가 스코틀랜드 사람들한테 세계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싫은 나라냐고 물으면 잉글랜드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일 정도로 감정이 좋지 않다. 최근 세계 정세를 생각해보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런 나라들이 나올 것을 예상할지도 모르지만, 스코틀랜드인들은 자기는 싫어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말끝에 농담삼아 붙이는 나라가 잉글랜드다. 농담 끝 진심이라고 해야할까. UEFA EURO 2020에서 결승에서 이탈리아와 잉글랜드가 우승을 놓고 경기를 했는데, 동점으로 비긴 후에 페널티킥까지 가서 잉글랜드가 이탈리아에 패하자 가장 기뻐한 나라는 우승국인 이탈리아만큼 기뻐한 나라는 스코틀랜드였다. 그 밤에 스코틀랜드는 축제 분위기였다.
예상치 못하게 여왕이 스코틀랜드에서 타계하자 갑자기 에딘버러가 분주해졌다. 발모랄 캐슬에서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딘버러로 관이 옮겨진 후에 이곳에서 장례 예배, 절차 등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첫번째 장례 예배가 드려지고 조문객을 받게 되는 성자일스 성당(https://en.wikipedia.org/wiki/St_Giles%27_Cathedral)은 경비가 강화되고, 방송국들이 대거 들어오고, 가드레일이 곳곳에 세워졌다. 성자일스 성당은 늘 지나치면서 멋있다 생각하고 어떤 역사가 있는 곳인지는 몰랐는데, 덕분에 다시 보게 되었다.(성자일스 성당보다는 성자일스 성당 앞에 있는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스미스'의 동상을 더 의미있게 생각했었다.)
Photo by G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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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국회의사당 주변도 경계가 강화되었다. 말을 타고 순찰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지 않은데 어쨌든 영국을 상징하는 모습 중의 하나이고, 멋있기는 하다.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꼭 등장한다.(이 말을 탄 경찰들이 등장할 때는 길거리에 이 말들의 배설물도 잘 피해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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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맞은 편에 있는 The Queen's Gallery 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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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도 조문을 할 수 있었는데, 이 줄이 수킬로 미터에 이르렀다. 그 날은 밤새 그 줄이 줄어들지 않았고, 에딘버러에 와서 처음으로 대중교통(버스, 트램)이 24시간 운행되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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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야 비로소 여왕의 관이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을 하면서 에딘버러는 예전의 평온을 되찾았다.
영국의 MZ세대들은 왜 아직도 왕이나 여왕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세금도 아깝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이상 그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과 논쟁들이 활발하다. 외부인 입장에서 볼 때, '여왕'은 나라의 '어른'이었다. 특정 사안에 정당간 격한 논쟁에 휘말릴 때, 나라가 큰 위기에 봉착해 있을 때 한번 씩 나서서 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생각해보면, 작동하지도 않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휩싸여 있고, 자기들끼리 싸우는데 '어른'이 없으니까 싸우고 싸우다가 결국 법원같은 사법기관으로 가서 모든 것을 물어보게 된다. 영국에서 이럴 때에 나서서 정리를 해주는 것이 여왕의 역할이었다. 물론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여왕은 스캔들도 없어야 하고 존경을 받아야 한다. 여왕의 의중도 결국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개인의 삶에 있어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 물론 후손들은 마음대로 안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