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의 브이로글_다행 아닌 일이 없다
4년 넘게 만난 남자 친구와의 이별
4년 반 만에 프로그램 이동
이동한 프로그램 4개월 만에 폐지
다시 새 프로그램 적응
처음 경험한 심리상담까지
지난 4년간 변화라고는
몸무게와 머리 길이 정도밖에 없던
내 단조로운 일상에
올해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 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하지만
심리상담을 받고 내 상태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정말 지옥과도 같았다
불구덩이 같던 마음의 지옥에서 울부짖었고
이 지독한 시간이 끝나지 않을 거란 절망에서
허우적대었다
그런데 그 시간도 결국은 지나가고 흘러가더라
마음을 다잡으니 다행 아닌 일이 없다
남자 친구는 어차피 안될 인연
이제라도 놓았으니 됐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것도..
더 병들기 전에 내 마음이 아프다는 걸
특히 힘든 감정은 알아채지 못하는
무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앞으로는 조금 더 나를
섬세하게 살피려 노력 중이다
이렇게 힘들 땐 글이라도 쓰자 싶어
브런치도 시작했다
여기에 털어놓으니 조금은 해소가 되는 듯도 하다
언젠가 방송 아닌 글을 쓰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실천할 수 있게 됐다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내게 음식을 억지로 먹이던,
불면증에 좋은 향을 선물하던,
덤덤하게(그래서 더 고마웠다) 따뜻한 말을 건네준
사람들이 있었다
내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감사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서른을 후우울쩍 넘겨
사춘기보다 더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이제 서른 후반의 나이 한가운데에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을 마주할진 모르겠다
내년엔 7년을 지낸 이 집을 떠난다
새 삶, 희망찬 삶 이런 거에 대한 기대는 없다
그저 평화로운 삶이기만을 바랄 뿐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도 새해엔
고난이 찾아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만
기쁨이 찾아온다면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 벅차게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날들은 평화롭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