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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Jan 07. 2021

이러다 놓아버릴까 무서워

방송작가의 브이로글_마치 플랭크 챌린지와 같은

평화로운 일상이다

느지막이 오후에 일어나 어기적 거리다가

유일한 생산활동인 홈트를 1시간 남짓하고

사과 한 알을 먹고, 씻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어찌어찌하다 보면 지나는 하루

이번 주로 4주 차에 접어들었다

하루하루 ‘와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난달 다큐 한 편을 끝내고

다음 방송 일정이 미뤄지면서

긴 휴가를 갖는 중이다

방송이 없다는 건 즉, 소득도 없다는 거지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휴식이고 휴식이고 또 휴식, 쉬는 거다

두세 번 단기로 할 수 있는 일 제의도 왔지만

하지 않았다

조건도 안 맞았고 지금의 평화도 지키고 싶었다

최대로 아껴 쓰면 어떻게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오늘 오후 그 평화를 깨는 전화가 왔다

같이 일하고 있는 피디님의 연락

일을 벌써부터 해달라는 거다

3-4월 투입을 이야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아.. 그 이유가 너무 사람 힘 빠지게 했다


내가 아직 다큐 경험이 적다는 것

이번 방송을 힘줘서 잘 만들고 싶은데

아직 검증이 안 된 다큐 병아리에게

맡겨도 될까 라고 윗사람 누군가가 말했단다

물론 검증 안된 거 이해하고 안다

아직 미숙한 부분 많다

당연히 경험 많은 작가가 나보다 잘할 거다

지난 번 방송 시청률 그래.. 좀 별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정을 강요하는 건...


한 달 가까이 내 홈트 코스의 마지막은

7분 플랭크 챌린지다

30초-40초-50초-60초-30초-30초

6세트를 하되 중간에 10초를 쉰다

60초 할 때가 가장 고비인데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중간에 무릎을 내릴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을 한다


지금이 딱 그렇다

그냥 놓아버릴까

내가 다큐멘터리 작가에 큰 뜻이 있던 사람인가

이걸로 내가 이루려고 하는 건 뭐지

번아웃을 극복하는 게 중요한 이 상황에

열정을 강요당하는 거 같은 기분으로

일하는 게 맞나


한편으론 이 일은 내게 생계요, 업이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 찾으면 되지만

여기서 놓아버려도 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지는 거 같은 기분이 들기 싫어서

플랭크 60초를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것도 포기하면 나한테 크게 실망할 거 같다

일단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물러날 순 없다


하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가 그냥 질러버릴 수도..

정말 그래 버릴까 봐

우려했던 그 일이 벌어질까 봐

지금 내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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