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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 Apr 22. 2021

요가와 삶

하드펀(Hard fun)

2018년 봄날 새벽 수련을 마치고 나서 늘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께 합장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스튜디오를 나오는데 원장님께서 갑자기 “성미샘~” 하고 부르셔서 뒤를 돌아보니 웃으시며 “즐기세요~” 라고 말하셨다. 순간 내 무표정했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출근을 위해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마침 리셉션에 나오신 원장님께 내가 그렇게 힘들어 보였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드롭백 컴업에서 올라올 때 오만상을 찌뿌린단다. 그러면서 “힘들죠? 재밌죠?” 라며 이상한 질문을 했다. 무슨 질문이 그래. 그런데 사실이었다. 힘든데, 재미있었다.


미국 게임 회사 XEODesign 설립자 니꼴 라자로(Nicole Lazzaro)가 발표한 재미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게임에는 4 가지 종류의 재미가 있는데, 힘든 재미, 쉬운 재미, 사람 재미, 심각한 재미가 그것이다. 이것은 비단 게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상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당시 나에게 드롭백 컴업(drop back & come up)은 약 두 시간에 가까운 수련을 마치고 마지막 있는 힘을 모두 끌어 모아야 겨우 성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드롭백 컴업은 말 그대로 선자세에서 두 팔을 뒤로 멀리 뻗어내면서 점차 몸을 후굴로 내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위를 향한 활 자세, 아치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거기서 숙련자는 손 걸음으로 한 손, 한 손 이동하여 발목을 잡고 더 나아가 허벅지까지 잡게 된다. 거기서 다섯 호흡을 하고 나면 다시 선 자세로 돌아오는 것을 컴업이라고 부른다.


내가 다니는 아쉬탕가요가 스튜디오에는 드롭백 컴업에 성공하면 떡을 돌리는 전통이 있다. 그만큼 힘든 관문을 하나 통과했다는 기쁨을 나누고 축하해 주는 파티이다. 나도 거하게 떡을 돌린 적이 있다. 처음 성공했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조용한 수련실에서 크게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뻔 했다. 우연히 한번 성공한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고 다시 시도했을 때도 성공하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첫 성공은 그 뒤 연속된 고난의 시작이다. 점차 안정되고 고도로 진보된 자세까지 갈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수련하다 토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 어느새 조금씩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거기서 큰 성취감, 보람과 즐거움을 얻는다. 지금은 일년 넘게 이어지는 장기 재택근무로 출근길 들러 하던 새벽수련도 멈춘 상태이다. 하드펀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됐는데, 봄날이 오면 멀리했던 내 하드펀을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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