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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 Oct 03. 2021

소소한 에세이

찬란하고 귀한 인생을 위하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생을 살면서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해  적이 없었는데 생애  경험을 40넘어 해본다. 10 1 수술을 위해 전날 오후 입원을 했다.  비슷한 수술 경험있는 선배 언니의 알뜰살뜰한 조언 덕분에 단단히 입원 준비물을 챙겼다.   빨대는 힘든 중에  마실때 정말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호보조의 인력을 충분히 더 배치하여 환자를 돌봐주는 시스템이다. 보호자는 입원 당일 한시간, 수술 당일은 수술 전부터 수술 후 한두시간까지 머무르고 이후는 퇴원하는 날만 올 수 있다.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더라도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 덕분에 어려움 없이 병원에 머물고 있다.

수술 직전에는 관장과의 전쟁을 치루느라 매우 힘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에 뼈해장국을 안먹는 거였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잠시 후회를 했다.  완벽하게 속을 비워내기 위한 간호 인력의 노력 덕분에 마시는 관장약, 좌약 두방, 먹는 알약까지 먹으며 밤새 전쟁을 치루면서 장을 비워냈다. 다시는 못할 짓이다 생각했는데 수술 직후의 고통은 이에 비하면 세발의 피였다. 살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을 겪고 힘들어 죽겠는데 수술 후 두시간은 깨어서 심호흡을 해야 폐렴이 오지 않는다며 정신을 차리고 있으란다. 그것이 보호자가 머물러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남편이 옆에서 잠들려고 하는 나를 계속 깨워 심호흡을 하게 했다. "자~ 요가 호흡해보자! 하면서 나를 아이처럼 다독이고 응원해줬다." 비몽사몽 간에 순식간에 두시간이 흘러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고 그때부터 잠들어 하루 종일 정신없이 시체처럼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수시로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들여다 보며 이것저것 상태를 체크하고 불편하지 않게 챙겨주었다. 집으로 돌아간 남편은 나중에 들어보니 전날 잠도 제대로 못잤고 첫 수술이라 새벽같이 와서 수술이 끝난 12시 이후 2시까지 긴장하고 있다가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고 한다. 아프면 옆에 사람 고생시킨 다더니 정말 못할 짓이다.    


담당 교수가 수술이  끝났다고 했다. 자궁근종 큰것 두개를 제거하는 것이 메인 수술이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나팔관 쪽에 두개가  있어서  4개를 제거 했다고 한다. 초음파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두개나  있었다고 했다. 수술  남편에게  결과물을 보여줬었는데 남편은 어떻게  많은 것이  속에 들어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고 했다. 족히 2kg 되어 보이는 무게였다는데 수술  이틀째 되는  아침  몸무게는 전혀  몸에서 2kg 빠져나간  같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맞은 수액과 수술  붓기 탓인지 수술전보다 4kg  불어있었다.

아침에 병실에서 떠나 돌아온지 12시간 만에 정신을 차려 핸드폰을 열어보니 상당한 카톡 메시지가 와있었다. 수술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직장 동료들이 부장 승진 축하 메시지를 보내준 것이었다. 회사 이메일도 족히 서른명 이상의 사람들이 축하 메일을 보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는 그날 진급 발표가 있었다. 아무튼 여러모로 새로운 날이었다.  그 중 어떤 임원의 가슴 따뜻해지는 축하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승진 축하드립니다! 부장님과 같이 있으면 일이든 삶의 다른 부분이든 풍성해지는 느낌이어서 너무 좋고 감사했어요. 부장님의 앞 날이 좋은 일로 더욱 풍성하길 응원합니다!"

수술만 아니였다면 그날 승진 축하 파티 술 약속을 잡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파티는 당분간 미뤄야한다.  즐거운 파티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얼른 회복해야지!!


어제부터 미음, 죽을 거쳐 오늘은 일반식을 시작했으며 수액 바늘도 제거하여 몸이 홀가분해진 상태이다. 덕분에  자유롭게 움직일  있는 상태가 됐는데 아직 수술 부위 상처때문에 조금만 걸으면 몸에 무리가 되는  같아 살살 봐가면서 움직이고 있다. 따뜻한 차를 챙겨마시며 유명 유튜버 밀라논나가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라는 에세이도 틈틈히 재미있게 읽고 있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병이 있어 수술을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인생을  찬란하고 귀하게  것이다.   걱정을 하며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였구나 새삼 깨닫는다. 귀한 인생에 함께할 소중한 인연들과의 찬란한 인생을 위해 빨리 회복하고 더욱 건강하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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