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에세이

10월이 가기 전에…

by 다락

개인적으로 10월은 내게 참 특별하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는 시기가 10월에 있다. 그래서 10월이 다가오면 또 어떤 새로운 일이 생길까 설렌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사건은 결혼이었다. 11년 전 10월 23일 결혼하기 참 좋은 날이었다. 산천에 단풍이 근사하게 들어 전국 고속도로가 단풍놀이를 가려는 행렬로 꽉 막혔던 날이기도 했다. 천안의 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당시 청년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었기에 주례도 두 명의 신부가 서주었다. 한 신부는 결혼선물로 축가를 불러 주었는데 워낙 근사하게 불러서 하객들이 모두 반해버렸다. 그때 불러준 노래인 김동률의 감사는 우리 부부의 노래가 됐다. 파주에서 9시에 출발한 신랑 측 직장 동료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을 무렵 성당에 도착해 오자마자 바로 사진을 찍었었다. 상대적으로 일반 결혼식보다 식이 길기로 유명한 성당에서 진행했기에 그나마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었지 일반 예식장에서 했더라면 신랑 신부 얼굴도 못 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갈 뻔했다.

올해 10월은 수술과 승진이 있었다. 그중 수술은 정말 일생일대 큰 일이었다. 평소 건강하게 기초 체력을 유지한 덕분에 수술 후에도 무통주사 부작용도 없었고 항생제 부작용도 없었다. 퇴원 후에도 인풋과 아웃풋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누구세요?'라고 물을 정도로 얼굴이 부어있다. 배도 많이 아파서 가끔씩 나오는 기침이 참 괴롭다. 퇴원 직후 친정인 광주로 내려와 지금은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온갖 호사를 누리며 요양을 하고 있다. 올해 10월은 이렇게 몸 회복에 집중해야 하나보다. 퇴원 후 잠깐 집에 왔을 때 남편이 옆에 살며시 누워 나를 바라보며 내가 집으로 돌아와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친정으로 가게 되어 더 좋다고 했다. 엄마 밥 많이 먹고 건강해져 오라고. 그 말을 부모님께 했더니 엄마도 아빠도 내가 광주로 와서 좋다고 하셨다. 서울로 올라가서 돌봐주기 어려웠는데 내가 내려와 돌봐줄 수 있게 되어 좋으시단다. 온 가족의 사랑과 지인들의 사랑까지 무지 축복받은 10월이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길에 라디오 들었는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온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청취자 선물로 음악회 티켓을 준다길래 문자를 한번 보내봤다. 수술하러 병원에 가는 길인데 수술 잘 끝나고 남편 손 잡고 좋은 음악 들으러 가고 싶다고 보냈는데 덜컥 당첨이 됐다. 입원 절차를 밟느라 라디오는 못 들었지만 위로와 응원 차원에서 선물해 준 것이겠지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주 일요일엔 남편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가게 됐다. 남편이랑 뮤지컬은 보러 갔어도 클래식 연주회는 안 가봤는데 아프니까 이런 공연도 같이 가준다. (그대여! 제발 졸지는 말자. 살짝 걱정...)


​10월의 마지막 밤이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와 함께 좋은 사람과 분위기 있는 술자리를 갖는 걸 좋아했는데 10월 말까지 열심히 몸 회복해서 마지막 날엔 남편과 감사도 부르고 시월에 어느 멋진 날에도 들으며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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