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에세이
10월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글을 쓰며, 내심 뿌듯했었다. 10월 초의 수술과 회복을 잘하며 아름답고 완벽하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정말 그렇게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백신 2차 접종.
접종 다음날 아침 8시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보통 화이자는 2차가 아프다고 하니 잠깐 그렇게 아프고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기운이 없어지고 서있기 조차 버거워졌다. 옷 갈아입을 힘도 없이 그대로 누워있었다. 배는 점점 더 아파왔다. 당일 건강검진으로 아침 일찍 병원에 가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아프다고 알렸다. 난생처음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기는 좀 민망해서 가까운 응급의료 센터만 안내를 받았다. 그때 그냥 구급차를 불렀어야 했다.
점심이 되어 남편이 돌아오고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오후에 조금 더 쉬겠다고 누워있는데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우선 백신 맞은 내과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가 살짝 배를 눌렀는데 온 몸이 비비 꼬였다. 당황한 의사는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소견서를 작성해 주었다. 금요일 저녁 6시가 다되어 수술했던 강남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기에 오전에 알아둔 응급의료센터인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다시 한번 촉진을 했다. 온몸이 더 심하게 꼬였다. 여기저기 눌러보던 의사는 당장 CT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CT 분석 결과 수술했던 부위에서 문제가 생겨 복강내출혈이 발생한 것 같으니 수술했던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환자 이관을 위해 그쪽 병원 측과도 연락이 취해졌다. 10시가 다되어 구급차를 타고 이송되었다. 차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다시 응급실 담당의가 촉진을 했다. 세 번째 촉진. 가벼운 누름이었지만 너무 심한 통증에 촉진한 의사의 손을 꼭 잡고 온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즉시, 부인과 당직 의사가 내려와 확인했고 담당교수에게도 바로 연락이 갔다. 남편은 혹시 이전 수술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열이 37.5도까지 올라갔다. 병원 규정 상 37.5도 이상은 출입이 허가되지 않기에 내가 병실로 이동되는 것도 함께 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병원 규정상 코로나 검사 결과가 없으면 다인병실 입실이 불가하기에 어쩔 수 없이 1인실로 옮겨졌고 코로나 검사까지 했다. 담당교수는 바로 이틀 전 외래검진을 멀쩡하게 받고 돌아간 환자가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왔다니 깜짝 놀라 그 밤에 달려오셨다. 본인 수술 경험 중 이런 사례는 없었단다.
긴급 수혈이 진행되었다. 거의 2박 3일 동안 꼼짝없이 가만히 누워있었다. 다행히도 자연 지혈이 되어 응급 수술로 이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담당교수 왈 수술 후 보통 1달 뒤에 백신을 맞으라고 안내했었으나 환자들이 불편해해서 2주로 줄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다시 한 달로 늘려야겠다는 둥, 또 내가 충분한 안정을 취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묻기도 했다.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몸에 무리가 갈 정도의 활동은 하지 않았었다. 화이자 백신이 일시적으로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으므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무튼 백신 접종 전에 멀쩡했는데 그 후에 벌어진 일이니 의심이 가지 않을 수는 없다. 백신이 야기한 부정출혈. 며칠 뒤 헤모글로빈 수치는 어느 정도 잡혔는데 혈전 수치가 안 떨어져서 심장내과 진료도 받아야 했다. 며칠간의 혈액 검사 분석 결과 일상 회복이 가능할 수치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 퇴원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역시 삶이란 내 의지만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온몸으로 실감했다. 평소 몸 관리를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예기치 못한 일들을 난생처음 겪으며 잠시 멘붕이 올 뻔했다. 건강이란 건강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엄청 의식하게 된 요즘이다. 건강을 의식해야 하는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안녕을 바라야 하나보다.
다행히 결혼기념일인 어제는 남편과 맛있는 식사는 할 수 있었다. 긴 외출을 나갈 상황은 아니라서 남편과 가고 싶었던 가까운 숨은 맛집으로 예약했는데, 남편이 그 집 음식 맛에 감탄하며 좋아했다. 들고 간 맛있는 와인도 살짝 맛보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김동률의 감사와 10월에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함께 들었다. 남편이 사 온 11송이 장미꽃이 집안을 향기롭게 만들었다. 점점 더 나아질 내 몸을 의심하지 않지만 확신하지도 않으며 10월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