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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빈 Sep 06. 2019

#23. 힐링의 길로 인도해준 시간, 델리(1)

Chapter2. 얼렁뚱땅, 요가 여행

“나랑 인도 갈래?”
 

여행은 그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때는 2017년 1월, 제주 종달리에서 친구와 함께 보내는 밤이었다.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곤 달력을 스르륵 넘겨보니 9월 말에 시작되는 추석이 그야말로 황금 연휴였다.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활용하면, 2주 정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구간. ‘어디든 떠나야지!’싶던 그때, 왜 하필 ‘인도’가 떠올랐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것도 한 겨울, 너무도 아늑한 제주 시골마을의 방 안에서.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같이 인도 여행 갈래?”라고 물어봤을 때, 단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좋아!”라 답해줄 친구는 이 아이 하나라는 것.
 

다들 그런 친구 하나씩 있지 않으려나. 너무 잘 맞아 ‘이성’이었다면, 진즉에 모든 걸 걸고라도 인생의 동반자로 콕 찜해뒀을 법한 그런 친구. 나에겐 그런 이가 한 명 있고, 다행히 그녀가 이번 여행을 함께한 이 되시겠다. 어찌됐든 시간은 쾌속으로 흘러, 여행 갈 날이 성큼 다가왔다. 꽉 찬 2주 일정의 인도 여행. 나와 친구는 일찍이 델리/ 아그라/ 바라나시, 이 골든트라이앵글 코스로 합의했고 델리-바라나시를 오갈 국내선 항공권까지 미리 예매했다. 나는 여행할 때 도시 간 이동은 항공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미리 예매하면 기차와 요금차이가 크지 않고, 이동 시간도 절약되며 피로도 또한 적기 때문이다. 친구는 다큐멘터리 촬영 차 한 달 전 한국을 먼저 떠난 상태였기에, 여행의 시작은 나 혼자였다.


인도 뉴델리의 중심지 '파하르간즈(paharganj)'


당시 나는 익숙지 않은 출퇴근 생활에 지쳐, 그저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부디, 인도가 나를 힐링의 길로 인도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8시간여를 날아 델리에 도착했다. 공항 픽업을 해주는 호텔에 예약을 해둬 마음 편히 밖을 나섰는데, 웬걸! e-visa라인을 대기하는 인원이 겹겹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건 비자를 한 땀 한 땀 매우 정성스럽고도 느긋하게 처리하는 현지 직원들!! 그 덕에 나는 한 시간 반 만에 공항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여행객들이여, 부디 비행기에서 내리면 재빨리 e-visa라인으로 달려가시라!) 혹시나 픽업 기사님이 기다리다 지쳐 그냥 돌아갔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약속한 게이트 앞에 내 영문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있는 사내가 보였다. 그는 이런 기다림엔 익숙하다는 듯, 능숙하게 캐리어를 받아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뉴델리 파하르간즈에 위치한 호텔로 하루 숙박료가 5만원이 조금 넘었지만(인도 물가에 비하면 비싼편이다!), 도착한 날 공항 픽업도 포함된 비용이라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예약 사이트 사진과 다름없이 객실도 깨끗하고, 카페테리아 음식도 매우 훌륭해 결국 델리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계속 이 호텔에 머물렀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고, 바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이렇게 피곤할지 모르고, 다음 날 새벽 요가 수업을 신청해 두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거다!’싶어 설레선 약간의 집착(?)까지 부리며 예약한 요가 수업. 다음날 새벽, 유심도 사기 전이라 우버 탑승은 불가능해 호텔 앞에서 오토릭샤를 타고 수업이 진행될 장소로 갔다.


인도 뉴델리의 공원 'Lodhi Garden'


이른 아침임에도 차, 릭샤, 사람, 소 등이 뒤엉킨 뉴델리 도로 위. 시끌벅적한 도로 위에서 나는 오로지 구글 오프라인 지도의 빨간 점(목적지)만을 집중했다. 인도에 가기 전, “인도를 여자 혼자 여행해도 ‘안전’하냐?”며 백번 질문을 받은 탓에, 나 또한 첫 날은 긴장 모드였다. 그렇게 출발한지 10분 여 만에 다다른 오늘의 목적지. 요가 수업은 뉴델리에 위치한 로디 가든(lodhi garden)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수업은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규모 요가 레슨이었지만, 나를 제외한 나머지 수강생들이 너무도 초보 수련자라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1회권이 2000루피(당시 환율 기준 약 3.5만원) 가량 되었는데,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요가 여행을 다니며 지불한 가장 비싼 1회권이 아닐까 싶다. (그 물가 비싼 뉴욕도 20~25$이면 가능하기 때문!) 알고 보니, 이는 ‘외국인’ 전용 요금이었다. 인도는 내국인과 외국인 비용이 다른 경우가 꽤 많다. 아그라의 타지마할 입장료도, 인도 마이솔의 요가 수련비 등도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에 비해 몇 배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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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델리 요가 여행(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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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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