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by 서빈

요가 지도자 교육이 끝난 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계절도 어느덧 여름에서 겨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현재 경력 3개월 차, ‘초보 요가 강사’다. TTC 등록 전 나의 계획은 평일 오전엔 지금과 같이 드라마 대본을 쓰고, 오후엔 집 근처 요가원 혹은 헬스장 등에서 요가 강사 일을 하며 글쓰기 외의 추가 수입을 얻는 것이었다. 그렇게 교육이 끝나기 2주 전부터 본격적인 구직을 시작했다. 요가 강사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인근에 뜨는 공고를 매일 검색했고, 관련 내용이 뜨면 도반들과 함께 찍은 요가 프로필이 담긴 이력서를 제출했다. 첫 면접은 요령 없이 산스크리트어와 영어로만 구령을 해 보기 좋게 탈락했다.


그 사이 오래전 연락이 끊긴 동네 친구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이 왔다. 퇴사 후 합정역 인근에 ‘영상다방 황금단추(이하, 황금단추)’라는 유튜브 촬영 스튜디오 겸 복합문화공간을 차렸는데, 그곳에서 내가 요가 수업을 꾸려도 좋겠다는 제안과 함께였다. TTC 교육을 받으며, 정형화된 요가원이 아닌 곳에서의 수업을 종종 그려보곤 했었다. 낯가림이 있는 편인지라 가능하면 소수의 분들과 함께 요가 수련을 하고, 끝난 뒤엔 바로 집으로 가기보단 천천히 차를 마시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편안한 시간을 꿈꿨다. 당장은 형편이 되지 않아 먼 훗날에야 가능할 줄 알았던 그 일이 친구 덕에 고맙게도 당장 가능해졌다.


매주 토요일 오전 요가 수업이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 '영상다방 황금단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참말이다. 그렇게 나는 TTC 교육 종료 직후인 9월부터 바로 나만의 수업을 꾸릴 수 있었다. 그동안 주변 친구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하는 게 내내 마음이 쓰였었다. 자신만의 커리어는 멋지게 완성해가고 있지만, 심적으론 불안해하고 아픈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끝내고 난 뒤 맞는 주말의 시작, 토요일 오전만큼은 심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지 싶었다. 그 마음을 담아 황금단추에서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의 이름을 ‘심신의 옷깃을 여미는 요가’라 지었다.


일이 한 번 풀리면, 그 다음은 쉽다. 황금단추에서 첫 수업을 앞둔 전 날, 갑작스레 집 앞 헬스장에서 대강 강사를 하게 되었고, 얼마가지 않아 인근 아파트 내 커뮤니티 클래스 정규 강사직도 맡게 되었다. 게다가 인연이 된 작가님으로부터 깜짝 제안을 받아 작가님이 운영 중이신 ‘서점 리스본’에서 가을날의 옥상 요가 클래스도 두 차례 진행하게 됐다. 드라마 대본만을 생각하고, 그리고 그것만이 내 유일한 밥벌이라 생각하며 절절하게 노트북 화면 속만 바라보던 내가 어느덧 일주일에 많게는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닌 각양각색의 진짜 사람들을. 그리고 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돌봐주기 위해, 나의 몸과 마음을 쏟고 있다.


가을 날 옥상 요가 클래스 '서점 리스본'


어느새 글을 쓰는 시간만큼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 시간이 재밌고, 소중해졌다. 그동안 내게 요가 강사 생활을 제안한 나의 선생님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나의 현재 모습에 엄마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정작 나 자신은 정말 몰랐다. 내가 감히 요가 강사가 될 줄은. 그리고 이 일을 이토록 애정하게 될 줄은.


어느덧 나는 올 초 TTC 등록 때 세웠던 요가 아사나 수련의 목표치에도 거의 도달했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1단계, 프라이머리 시리즈 관문 자세인 마리챠아사나D와 숩타쿠르마아사나, 그리고 드랍백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컴업은 세 번에 한 번은 ‘얼렁뚱땅’ 성공 중이다. 올 겨울 내 꾸준히 수련을 이어가면 내년 봄쯤은 다음 시리즈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10년 넘게 요가를 수련을 이어오며 얻은 게 참 많다. 건강한 몸과 마음, 그런 심신을 가진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이제는 약간의 수입까지. 이 모든 게 드라마 작가로 바로 서는 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단은 39번째 내 생일에 집필실 겸 요가원을 차리자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 목표는 ‘얼렁뚱땅’ 성공 할 테다. 그러니 오늘도 매트 앞에 서는 그 시간을 감사하며 살아야지. 처음과 같이, 두 손 모아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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