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빈 Nov 22. 2019

#35. 좋아하는 건 늘 가까이에, 토론토

Chapter2. 얼렁뚱땅, 요가 여행

몬트리올서 버스를 타고 6시간여를 달려 토론토에 도착했다. 뉴욕으로 돌아가기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기 위해 거쳐 가는, 그만큼  기대 없이  도시 토론토.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코끝을 스친 만연한 봄기운이 갑자기 마음을 설레게 했고, 코리아 타운에서 먹은 돌솥비빔밥은 마음 깊숙이 자리한 허기까지 완벽히 채워주었다. (역시, 한식이 최고다!)
 

  그릇 뚝딱 비우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 발걸음 가볍게 이곳저곳을 살피며 계속해서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여행을 떠나기 , 서울은 지난  달간 심각한 미세먼지에  덥혀 있었다.  때문에 봄나들이는커녕 밖에서    마음 편히 들이 마시질 못하지 않았던가. 아쉬운 마음에  깊이 숨을 마시고 내쉬었다. 그리고 이곳 토론토에서도 보고, 느낄  있는  후회 없이  해보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캐나다 토론토의 'Kensington Street'


그렇게, 나와 엄마는 토론토의 유명 명소를 거점으로 2만보 넘게 찍으며 해가질 무렵까지 돌아다녔다. 근데, 생각보다 기억에 남는  없었다.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지쳐서 발걸음 무겁게 다시금 숙소로 돌아가는 ,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어서와,  이제 왔어?’하며, 우리를 반겨주는 따뜻한 공기의 질감. 낡은 집들이 개조되어 가게나 카페, 펍이 되고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끼를 발산하는 . 나의 고향 망원동을  빼닮은 거리, Kensington Street이었다.
 

엄마에게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코앞에 보이는 맥주 양조장으로 직진 중이었다. 길가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홀짝이며 오고가는 사람들을 조용히 지켜봤다. 종일 이런 저런 이야길   없이 재잘대던 엄마도 이상하리만큼 입을  다물고, 길거리만 내다보았다. 그렇게 모녀는 말없이 한참을  때렸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돌아보면, 토론토에선 숙소 바로   거리가,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시, 좋아하는  남들에게 기대어 찾는  아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비가 내리는 오전의 숙소'


다음 날은 봄비가 오전  내렸다. 마침 생리도 시작되어, 예정해 두었던 요가원은 패스하고 침대에 누워 밀린 일기를 쓰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전통적으로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수련은 생리 기간  양이 많은 1~3 차는 수련을 쉬어가길 권장한다.) 눈을 뜨고 나니 다행히 엄마는 SBS드라마 <별에서  그대> 정주행하며, 한창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오후가 되니 다행히 비가 그치고 다시금 파란 하늘이 나타난 토론토. 본래 계획은 숙소에서   쉬다 리틀 이태리 거리의 예쁜 레스토랑에 앉아 맥주 한잔에 피자를 먹고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이미 밀가루에 질린 모녀는 계획을 틀었다.
 

갑작스레 좋아진 날씨도 한몫했다. 옷을 든든히 챙겨 입곤 어제 갔던 양조장에 가서 맥주를 두병 사고,  옆집에서 비건 부리또를 하나 포장해 페리를 타고 토론토 아일랜드로 향했다. 오전  내린 비를 머금은 풀냄새를 맡으며 한참을 걷다간 적당한 곳에 인도에서 사온  천을  펴선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해질녘에 즐긴 우리만의 조촐한 피크닉은 본래의 계획보다 훨씬  값졌다. 게다가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노을을 머금은 야경까지도 정말 환상적이었다. 여러모로 비가 내려줘서, 너무나 고마웠던 날이다.


다음 , 버스를 타고 캐나다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했다. 고등학교 1학년  이곳에 왔을 당시, 나는  크기와 장관에 입이  벌어지게 놀랐었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보니 예전만큼의 놀라움은 없었다. 초등학교  공차고 놀던 큼지막한 운동장이 지금 가보면 손바닥  하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 하지만 옆을 돌아보니 엄마는 신난 아이처럼 연신 사진을 찍고 감탄했다.  모습을 보자니, 지난날의  모습이 떠올랐고 바뀐  나이아가라 폭포가 아닌  시선과 생각이란 판단이 들었다. 새로운 것도, 익숙한 것도 결국은 그날 나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깨어있자. 설렘도, 낭만도 결국 깨어있는 날들에 가능한 일들이니까.


.

차주에 뉴욕 편이 이어집니다.

<얼렁뚱땅요가 강사가 되었다>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

구독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됩니다.
 일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프로필에 있는 인스타 계정으로 놀러 오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연재 관련 공지 사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