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얼렁뚱땅, 요가 여행
뉴욕에서 씩씩하게 잘 지내다가도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다름 아닌 ‘돈’ 때문에. 90만 원 대 직항 항공편 외엔, 기대 그 이상으로 모든 것이 비쌌다. 일단 1박에 20만 원대를 지불한 숙소부터가 한몫했다. 물론 이는 주변 호텔에 비하면 가격 대비 가성비가 매우 좋은 편에 속했다. 맨하탄 센터에 자리한 위치, 조리 가능, 허드슨 강이 내다보이는 루프 탑 및 헬스장 이용.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는 앞으로도 절대 없을 거 같다. 어쨌든 내 딴에는 숙소에 기꺼이 투자하는 대신, 식비를 아끼는 방식을 택했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두 끼 정도의 가벼운 식사를 하니까.
하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른 홀 푸드 마켓에서 당장 오늘 아침에 먹을 식사와 간단한 주전부리만 담았음에도 매번 지불 금액은 30불을 가볍게 넘겼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면 18~22%사이의 팁을 선택해야할 때마다 망설여졌다. 몇 번의 선택 끝에, 점심 식사엔 18%, 저녁 식사엔 20%의 팁을 고정 지불하였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으로서 2%라도 아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을 할 때면, 엄마와 나 두 사람 기준으로 팁을 포함해 대부분 100불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했다. 엄마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LTE급으로 줄어드는 예산에 압박을 느낀 나를.
“일상을 살 듯 여행하기.
그게 지금까지 네가 해온 여행이잖아.
나랑 같이 있다고 무리 하지 마.”
엄마는 저 세 마디 이후, 마트에서 흰 쌀을 사와 냄비 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숙소는 늘 따뜻한 온기와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갓 지은 흰 쌀밥과 한인 마트에서 사온 반찬들로 한식을 먹기도 하고, 마늘을 송송 썰어 글루텐 프리 생면에 각종 버섯, 새우 등을 넣은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금 안정을 찾아간 여행은 엄마가 먼저 한국에 돌아간 뒤에도 지속됐다. 특히, 홀로 뉴욕에 더 머문 일주일의 대부분은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진 날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잘 먹고 가득 채운 에너지를 요가원에서 대 방출했다. 매일 꾸준히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이어가며, 사라스와티 조이스 선생님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새벽 일찍 도착한 나는 수련실 정 중앙 모서리 쪽에 매트를 깔았다. 단상 위에 설 선생님과는 거리가 좀 멀어지더라도, 구령 중엔 핸즈온을 위해 여기저기 이동하실 테니 맨 앞줄이 굳이 탐나지 않았다. 그보단 선생님의 만트라와 구령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비행기 모드의 휴대폰을 모서리 턱 부분에 살포시 올려놓고, 수련 시작 전 녹음 버튼을 미리 눌러 놓았다. 한참을 기다리니,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박수 소리와 함께 그녀가 성큼성큼 수련실에 입장했다.
운이 좋게도, 선생님은 수련실 정 가운데 내 매트 코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책에서만 보던 그녀를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다니. 내 안에 설렘과 기대가 양껏 부풀어 오르던 그때, 이내 ‘옴’을 외치며 만트라를 시작한 선생님.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눈물이 왈칵 나온 나. 10년 넘게 요가 수련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 없던 나였기에 그 눈물은 내게 너무 낯선 것이었다. 근데, 이놈의 눈물이 찔끔 한 번 나오니 만트라가 끝날 때쯤엔 수건으로 눈가를 한 번 닦고 가야할 정도로 크게 번졌다. 이어지는 아쉬탕가 레드 수련을 위해선, 이 이유모를 울컥함을 빨리 잠재워야 했다. 그렇게 이를 앙 물고, 수리야 나마스카라A를 시작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요기들 사이에 날개 젖은 새 마냥 껴 있던 나는 선생님의 핸즈온을 꽤나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의 몸을 감싼 그녀의 손길엔 자세를 완성해주려는 완력이 아닌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있었다. 어떻게든 완성해보려 안간힘을 쓰는 나에게 ‘괜찮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충분하다.’는 말을 건네는 거 같았다. 워크샵이 끝난 뒤엔, 함께 사진도 찍었다. 나는 가끔 그녀의 온화한 미소가 온전히 담긴 사진을 꺼내보곤 한다. 그리고 언젠가 마이솔에서 다시 만나는 날까지, 나도 그녀도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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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에 뉴욕(5)편이 이어집니다.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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