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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빈 Jan 10. 2020

#41. 냉온탕을 오간 구직 활동의 시작

Chapter3. 얼렁뚱땅, 요가 강사

국내에서 요가 강사로서 취업을 원한다면, 요가 지도자 과정(TTC, Teacher Training Course) 수료증은 필수라 할 수 있다. 물론, 교육 과정 중간에도 지인을 통한 대강, 정규 강사 등 구직은 가능하다. 실제로 요가 지도자 과정 중반부를 넘어갈 때 즈음, 원장님은 본인이 강사로 설 준비가 된 사람은 대강을 먼저 시작해보라 권하기도 하셨다. 대강은 실전 연습을 돈을 받고 할 수 있고, 일회성 수업이기에 조금 실수를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교육 과정 중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고, 결국 TTC 수료를 일주일 앞두고서야 구직사이트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요가 강사 취업은 구직 관련 사이트, 카카오 톡 오픈 채팅 방, 지인 추천 등을 통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대표는 강사 구직 사이트 ‘호호요가(hohoyoga.com)’를 들 수 있다. 전국 시도별 구인 검색이 가능한 사이트로, 요가 외 필라테스 정규 및 대강 강사 구인 공고도 확인 가능하다. 실제로 요가원, 헬스장, 아파트 커뮤니티, 회사, 학교, 구청, 대형 마트 문화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요가 강사를 구하고 있다. 내 경우는 요가 강사가 본업은 아니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 거리’였다. 집에서 도보(혹은 자전거) 이동이 가능해 시간 단축이 되고, 교통비가 들지 않는 곳. 그렇게 틈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내가 살고 있는 **구의 구직 정보를 검색했다.


요가 프로필 (@영상다방 황금단추)


나는 굳이 요가원을 고집하지 않았다. 신입 요가 강사의 경우, 어디서 수업을 하든 페이는 기본적으로 한 타임 당 3~3.5만으로 고정이다. 하지만 헬스장, 아파트 커뮤니티 수업은 한 타임이 50분 수업인데 반해, 요가원은 보통 60분 수업에 똑같은 페이를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업에 대한 터치도 다른 곳과 비교해 많은 편에 속한다. (물론, 요가원에서도 신입 강사를 바로 채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보통은 2~3년 경력자를 뽑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근 거리 요가원에 구인 공고가 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원한 나는 덜컥 면접을 보러 오란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요가 강사로서 첫 오디션을 보는 날. 오후 수련을 마치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가르며 요가원에 도착했다. 오디션에 가기 전, 주위 선생님들께 무엇을 준비하면 되냐고 여쭤봤었다. 보통은 수리야 나마스카라 A, B(태양 경배 자세)를 확인한다는 말에 구령을 달달 외워, 자신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해갔다. 물론, 그걸 산스크리트어와 영어로 연습해간 게 화근이었지만! 시연을 마친 내게 원장님은 말씀하셨다. 이곳은 퇴근 후 들르는 직장인, 동네 주민들이 다니는 곳이라 ‘정석대로’ 가르치면 오히려 다들 어려워한다고. 이 말인 즉, 한국말로 천천히 설명하며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수업을 ‘유연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오디션은 큰 교훈을 남기고, 보기 좋게 탈락했다.


요가 프로필 (@영상다방 황금단추)


그 과정 중엔 아쉬움도 있었다. 면접을 본 원장님은 채용 결과가 어찌되든 연락은 꼭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내가 묻기도 전에 본인 입으로 먼저 꺼낸 그 말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요가 하는 사람들도 결국 똑같구나.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곳이 ‘요가원’이었기에 실망감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일은 반복되었다. 요가 강사들이 면접을 위해 수업 준비를 하고, 본인 시간을 투자해 면접을 갔는데 ‘면접비’는 고사하고, 채용 결과에 대한 일언반구 연락 한 통 없다니. 너무도 일방적인 사용자 위주의 시스템이며, 분명 개선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진정으로 요가 수련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어찌됐든 그 날 이후, 나는 다시금 근 거리에 공고가 나면 이력서를 보냈고 얼마 안가 운 좋게도 집 근처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강사직을 맡게 되었다. 결과만 써놓은 이유는 딱히 오디션이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면접 날, 커뮤니티를 총괄하는 매니저님은 이력서를 가만히 읽다간 내게 딱 한 마디 물으셨다.
 

“잘 하실 수 있죠?”
 

어느 때보다 씩씩하게 “네, 그럼요!”라 답한 뒤, 나는 정말 말 그대로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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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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