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얼렁뚱땅, 요가 강사
요가 강사 구직을 시작할 때, 아파트 커뮤니티가 요가원, 헬스장 등에 비해 여러모로 수업하기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단, 아파트 관리비를 통해 급여가 지급되기에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가 드물고,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라 폐강될 위기 또한 적으며, 회원 분들의 아사나 수준이 높지 않아 초보 강사가 수업을 꾸리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즉, 강사가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있어 오는 ‘불안’이 적다. 덕분에 아파트 커뮤니티는 자리가 쉽사리 나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 번 수업을 맡은 강사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쉽게 그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초보 강사인 내가 집 근처 아파트 커뮤니티 수업을 맡은 건 운이 꽤 좋은 편에 속한다. 별다른 시강 없이, “수업 잘 이끌겠다!”며 당당하게 답한 그 한 마디로 통과된 면접. 그 답에 부끄러운 내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한 달 동안 헬스장 대강 수업을 통해 연습 또 연습을 하다 보니, 커뮤니티 수업 첫날이 성큼 다가왔다. 수업 시퀀스는 정해 놓은 지 오래였다. 다만, 회원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지가 문제였다. 본질적으론 나란 사람을 낯선 이들 앞에서 얼마나 오픈하느냐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대강 수업을 나갔을 땐, 한 번 보고 말 사람들이니 이름 석 자와 요가 수련 시작 시기 등 짤막한 소개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은 앞으로 매주 2회씩 내가 이끌어갈 정규 수업이기에, 나를 조금 더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첫 수업 날, 수련실 내에 모인 인원은 15명가량 되었다. 첫 날인만큼 등록인원 대부분이 출석했다. 삐뚤빼뚤 놓인 매트위에 앉아있는 분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고 있자니, 긴장한 건 나뿐만이 아니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그 덕에 웃으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제 본업은 방송작가지만, 여러분과 똑같이 매일 매트 앞에 서서 수련하는 요가 수련자이기도 하다고. 그러니 일주일에 두 번 만큼은 서로 좋은 기운을 나눠 가지며, 즐겁게 수련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소개가 끝난 뒤 모두의 따듯한 시선이 내게 닿던 그 순간, 이곳에서의 수업이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내가 일하는 아파트 커뮤니티는 신규 아파트여서, 내가 원하는 수업을 누군가의 터치 없이 꾸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현재 수련 중인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와 하타 요가 수업을 병행중이다. 힘들기로도 대표되는 요가 수련이기도 하지만, 몸 상태에 맞춰 단계별로 천천히 진행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거라 판단했다. 회원님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2040대지만, 60대 초반 회원님도 두 분 계신다. 엄마 나이 또래인 이분들이 혹여 힘들진 않을까 싶어, 초반엔 이 두 분을 좀 더 유심히 살피며 수업을 진행했었다. 처음엔 좀 힘들어하셨지만, 다행히 요즘은 수련 뒤 개운한 그 느낌이 좋다며 누구보다 빠지지 않고 출석 중이시다.
오히려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줄 알았던 2040대가 어려움을 토로하기 일쑤다. 유연하지 않다고, 힘이 없어 동작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내심 놀랐다. 젊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다들 힘이 없지 싶어서. 이 상태로 어떻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지 의문이었다. 밖에서 걸어 다닐 땐 멀쩡해 보이던 사람들이 매트 앞에만 서면 왜 이리도 약한 모습인지. 일상을 유지할 만큼 힘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약한 체력으로 꾸역꾸역 버티며 사는 건 아닐까 싶어 꽤 안쓰럽기도 했다. 이분들을 지켜보며, 나의 요가 수업 목표가 구체적으로 잡혔다. 그것은 바로 ‘국민 건강 증진’이다. 물론, 이 건강은 몸과 마음 둘 다 해당된다.
삶이 힘들었던 순간마다 나는 요가 덕을 많이 봤다. 이제는 그 혜택을 나눠줄 차례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곳에 오는 회원님 중엔 요가가 처음인 분들이 꽤 있다. 내가 그들의 첫 요가 선생님인 셈이다. 내가 요가 수련을 오래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기에,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내 몸과 마음을 잘 살피며 하루를 살아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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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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