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verse First! 미래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테니까요
며칠전, ‘커넥트 2021’ 행사에서 Facebook은 회사명을 Meta(메타)로 변경하고 앞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공표했습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이날 메타버스에 대한 매우 강한 의지와 집착을 보여주며, 비전과 방향성을 하나하나 상세히 짚어가며 77분간의 행사를 주도했지요(행사 마지막 One more thing을 외치며 Meta로의 사명 변경을 깜짝 발표할 때는 무척 놀라웠는데, 이 퍼포먼스는 혁신의 대가 스티브잡스에 대한 오마쥬처럼 보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행사는 마치 근미래의 청사진을 다룬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아 full video를 여러번 반복해 볼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봤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리고 지금 Meta일까요? Facebook이 지난 8년간 300억 달러 투자를 하며 오랜기간 공들여온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IT/인터넷의 시대정신처럼 떠오르는 지금, Meta로의 전환은 메타버스 춘추전국 시대에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기 파괴적 혁신’의 가장 시기적절한 타이밍이지 않았을까요? 아래는 발표 내용을 보고 관련하여 정리 및 생각한 몇가지입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말로 저커버그는 Facebook에서 Meta로의 변경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소셜미디어의 한 시대가 마무리되고,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커다란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단, 저커버그는 Facebook이 소셜미디어 사업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던 DNA를 여전히 Meta에서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Facebook은 소셜미디어로 사람들을 연결(connect)하는데 중점을 둔 회사였고 Meta 또한 집중할 환경, 기술과 플랫폼은 변경 될지언정 “Connect the World”, ’연결’이라는 미션은 이어가는 것입니다. 즉 정체성은 유지하되, 메타버스 컴퍼니로서 새로운 비전과 방향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사명 변경으로 본질적인 것은 남긴채 과거(Social Media First)와의 단절과 새로운 시작(Metaverse First)을 의미합니다.
하버드 기숙사에서 시작해 소셜미디어로 전세계 사람들을 연결해온 Facebook(MAU 29억명)은 이제 메타버스로 10년 안에 수십억명을 연결 하겠다고 하는데요. 과연 Meta가 만들어갈 메타버스는 기존의 소셜미디어를 넘어 더 많은 전세계인을 연결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기술혁신은 기존의 기술원리를 바탕으로 이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기존의 기술원리를 와해시키고 새로운 원리로 혁신하여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나뉩니다.
과거에 코닥이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중요하게 보지 않고 기존 필름 산업에 집착하다 대처가 늦어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전세계 시가총액 7위의 Facebook은 이와 반대로 새로운 메타버스 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Metaverse First를 외치며 온 힘을 다해 스스로를 disruption 할 것임을 선포했습니다. 매출의 97%가 페북/인스타의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Facebook이 채 매출의 2%도 되지 않는 메타버스 관련 사업으로 회사의 주 BM을 혁신하겠다는 것은 매우 과감하고 자기 파괴적인 신시장형(New Market) 혁신의 의지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운, Horizon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프라이버시가 우려 될 경우 Facebook 계정 없이도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요, 이는 Facebook이 스스로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이제 필요 없다고 인정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불과 10여년 전인 2010년대에 페이스북을 필두로한 소셜미디어는 당시 가장 핫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는데, 어느새 본인 자체가 disruptive의 대상이 되었네요.
물론, 앞으로도 꽤 오래 Meta의 주 매출원은 여전히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광고일 것 입니다. 법인 Meta의 조직 구조는 1) 페이스북 앱 패밀리 2) 미래 플랫폼 이렇게 2개의 사업부로 나뉘게 되는데, 사실 페이스북 앱 패밀리 비즈니스는 어찌되었든 여전히 성장의 여력이 많이 남아 있는 사업입니다(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비 35%, 순이익은 17% 성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에서 저커버그는 Meta의 목표는 Metaverse Frist임을 분명히 하였고, 메타(Meta)라는 단어의 의미인 ‘Beyond’에 걸맞게 비즈니스의 새로운 다음 장을 열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발표를 듣다보면 저커버그가 그리는 메타버스의 방향성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는 것 같습니다.
1) (물리적 거리와 상관 없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걸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것 2) 사람을 기술의 중심에 두는 것 3) 더욱 개방된 플랫폼
Meta가 내놓은 메타버스의 핵심 키워드는 ‘(social) presence’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user experience를 presence로 설명하였는데, 사용자들이 아바타로서 가상 현실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mixed reality 속에서 굉장히 생생한 존재감과 현존감을 가지게 하겠다는 것이죠. Meta의 Horizion을 기본으로 한 메타버스는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세계에 새로운 레이어를 더함으로써 상호작용과 창조의 관점에서 더욱 풍부한 경험을 선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한 기술적 기반은 ‘Presence platform’으로 소개하였는데요, Meta는 realitic presence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환경 이해, 보이스 인터랙션, 핸드 인터랙션, interaction sdk 등 모든 인공지능 기술과 이를 개발하기 위한 도구를 함께 집약하여 발전시켜 이 메타버스 세계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즉, Meta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에서는 이러한 현실감을 구현해줄 수 있는 별도의 device가 필수인 것죠. 이는 다른 여타 메타버스 회사들과 앞으로도 커다란 차이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Meta는 그 어떤 big tech 회사들보다도 지난 수년간 메타버스를 개념에 머물지 않았고 technologically capable하게 만들어줄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오큘러스 인수는 물론 리얼리티랩스에 막대한 투자 등). 그리고 이번 발표에서는 마치 공상 과학 영화나 빅테크 기업의 future technology 소개 영상에서 보던 기술이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기술적으로이미 상당 부분 구현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전념하여 메타버스의 시대를 현실로 만들겠다고 사람들에게 선포하였습니다.
결국 페이스북이 바라보는 메타버스는 ‘Feeling of presence’를 통한 사람들간의 연결이며, 이 관점에서 인터넷의 진화는 아래와 같이 정리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Connect Information) -> 소셜미디어(Connect People) ->메타버스(Connect with feeling of presence)
인터넷(PC) -> 소셜미디어(Smart phone) ->메타버스(VR Device)
더불어, 저커버그는 현재 게임이 가장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최초로 메타버스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 했습니다. 오큘러스와 그 안의 VR 게임 생태계를 이미 구축해놓은 Meta 입장에서는 당연히 게임에서 시작하여 홈, 오피스, 콘서트 등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겠죠.
Meta는 이번에 단순히 새로운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HW product, service, ecosystem(developer & creator)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그간 오큘러스 퀘스트 등 VR 하드웨어와 오큘러스 스토어 등을 오랫동안 테스트하면서 끈질기게 준비해온 것을 넘어 이제 메타버스 생태계의 OS를 꿈꾸는 것입니다. 이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구글, 아이폰에게 설움을 겪어 온 Facebook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해내야 할 최대의 과업과도 같을 것입니다.
다양한 플랫폼, 상황, 암호화폐, NFT과 호환되는 상호 운영성, 디바이스들 간의 상호작용, 메타버스 안의 콘텐츠와 마켓 그리고 물리적 환경과의 연결 등 Meta가 꿈꾸는 메타버스 유니버스는 인프라/경제/문화 등 모든게 새로이 창조되는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서 크리에이터와 개발자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신세대 크리에이터를 훈련하기 위해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개발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수익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의 구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저커버그는 최대한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낮은 수수료로 최대한 많은 창작 및 커머스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합니다. 앞으로 수천억 달러의 디지컬 커머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Meta는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개발자 생태계의 성장의 중요성을 페이스북은 지난 시행착오 속에서 뼈속 깊이 깨달은 듯 합니다(저커버그 스스로도 자신은 과거를 통해 겸손해졌다고 함). 이 부분은 길이가 길어지는 만큼 추후에 별도로 자세하게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Facebook의 Meta로의 전환은 메타버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신호탄이 될까요 아니면 커다란 헛발질로 끝날까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승계자 혹은 아류 중 무엇이 될까요? 정말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린다면 우리는 무엇을 대비해야할까요? 저커버그의 발표 마지막 멘트인 “미래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테니까요”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