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는 엄마의 밸런스

엄마에서 나로 가는 일곱 번째 숨

by 김은희

균형 잡기는 어려운 만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매트 위에서도 삶 속에서도.


‘오늘의 내가 허락하는 만큼,

머무를 수 있는 정도의 자극 점을 찾으세요.’

‘밀어내는 힘과 당기는 힘의 조화를 이뤄 보세요.’


일주일에 세 번이던 수업이 열 번이 되었다.

강사 일에 복귀한 지 네 달 만이었다. 기뻤다.

그러나 수업이 늘어나자 삶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요가는 허락하는 만큼만 할 수 있었지만 엄마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은 못 할 것 같아' 했지만 해야 했고,

'더 이상은 고통이야, 여기가 한계인 것 같아' 싶었지만 넘어야 했다.

흔들리는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 지나친 자극 점에 노출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아이들과의 시간에 충실하기 위해 세 가지 처방을 내리기로 했다.


첫 번째 처방- 살림살이 들이기.

집안일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야 나도 쉴 수 있고 아이들의 얼굴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으니. 그래서 들인 것이 식기세척기와 무선 청소기였다.

다른 것보다 식기세척기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누군가 설거지를 대신해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척이나 가벼워졌다.

지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 해 들인 12인용 식기세척기는 하루에 단 한번, 단 십 분 만 투자하면 뜨끈하고 뽀독한 그릇들을 꺼내 놓았다.

저녁을 먹이고서 하루 동안 나온 그릇을 한 번에 돌리고 나면 시간이 한결 여유로웠다.

마침 수명을 다 한 청소기도 바꿀 때가 되었다.

혼수로 들인 청소기가 머리카락 한 올도 흡입하기 힘든 고물이 된 것이다. 그 김에 이번에는 무선 청소기를 구매했다. 상대적으로 활용이 간편한 무선 청소기는 시시 때때 눈에 보이는 먼지를 바로 치울 수 있어 청소에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고 덤으로 아이들이 바닥을 더럽혀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마음가짐까지 얻게 해 주었다.

물론 대청소는 가끔 해야 했지만 이 정도면 큰 도움이 되었다.

살림살이 단 두 개로 이렇게 짐을 덜게 되다니,

나를 돕는 것이 오로지 기계로구나! 하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두 번째 처방- 남의 밥 먹기.

‘밥만 누가 해 주면 좋겠다!’ 아마 ‘밥’은 모든 엄마들의 애환이 아닐까.

아이가 없던 시절이야 피곤하면 배달음식과 간식으로 적당히 끼니를 대신해도 되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밥을 먹기 시작하자 음식의 판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주말이면 ‘육아 is 밥’이 아닐까 하는 날도 많았으니 먹이는 일로 시작해 먹이는 일로 끝나는 육아는 언제까지인지.

일을 시작하고는 그걸 다 해 낼 자신이 없었다.

주말이면 뒹굴며 쉬고 싶었고 수업이 몰려 있는 요일이면 파김치가 되어 손도 까딱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로 그럴 때 남의 밥을 찾기로 했다. 거리낌 없이 사다 먹고 얻어먹었다.

밥이 해결되자 아이들 하원 전 마음 놓고 낮잠을 잘 수도 있었고, 이른 저녁밥을 챙겨 먹은 후에는 놀이터며 공원에 잠시 나갈 시간도 생겼다.

집 주변에 밑반찬이 알차고 놀이방이 딸려 있는 식당을 몇 군데 알아두고 비가 오면 그리로 갔다. 집에서 먹을 때면 동네 반찬 집, 돈가스를 직접 튀겨 포장해 주는 전문점, 양가 부모님들의 반찬, 그것도 어려우면 반 조리 식품을 활용했다.

이대로는 소홀하다 느껴질 때면 밥통에 닭을 한 마리 넣어 시간을 맞추고 푹 익혀서 먹었다. 요리는 밥통이 하니 그 시간은 또 나가 놀았다.

간단하고 맛있고 영양도 만점이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밥에 정성을 쏟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하나씩 놓았다.

아이들은 늘 밥보다 엄마가 고픈 법이니까.


세 번째 극약 처방- 번 돈 다 쓰기

오전에만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큰 벌이는 되지 못했다. 그래도 그 덕에 아이들 등원시키기, 일하기, 하원 후 돌보기의 3종 세트를 혼자 하는 슈퍼맘 노릇을 해내고 있다.

버거움이 없다면 말이 안 되었다. 남편은 고꾸라져 있는 내게 일 그거 그만두고 쉬라는 말도 자주 했다.


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지금 얼마나 행복한데.

그래서 내린 극약 처방은 ‘내가 번 돈 다 쓰기’였다.

첫 번째, 두 번째 처방에 번 돈을 죄다 썼다.

거기에 일 할 때 입을 요가복과 필요한 도구들, 공부를 위한 각종 서적과 수련비용, 하다못해 얼굴에 바를 화장품에 까지 몽땅 써 없애 버렸다.


일을 시작하는 엄마들에게 흔히 그런 말을 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면 집에 있는 게 낫다고.

시작 해 보니 정말 그렇다. 쓰는 돈이 더 많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깝지 않았다.


그것이

나로 사는 대가,

내 안의 밸런스를 찾는 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대가라면 얼마든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돈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지만

여기서 나를 잃는다면

절대 다시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요가하는 엄마의 밸런스_(c)2019.김은희

*위 그림은 나의 멘토, 연년생 엄마 율리를 위해 그렸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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