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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발달요가 은희 Jun 07. 2021

열심히 운동하는데 왜 아플까

첫 번째 기록.


발달 움직임이라는 분야에 매료된 것은 아마도 '기본기'에 대한 갈망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입시 무용으로 무용과에 진학했던 저는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 중에 하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모든 것을 배웠으나

그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저 작품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이 저의 과제였으니까요.


천성이 열심히 하는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반장을 꽤나 자주 하는 모범생이었고,

중고등학교 때도 그럭저럭 성적을 유지하는,

수능도 그럭저럭,

대학에서는 방학 특강도 꼬박 나오는 성실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모든 것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참 늘지를 않았어요. 그냥 그럭저럭 튀지 않을 정도의 색으로 졸업까지 했습니다.


졸업하고는 무용단에 들어가서 활동하면서도 저의 무채색은 계속되었지만 그대로도 싫지 않았어요.

꼭 유연해야만, 꼭 춤을 기깔나게 잘 춰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빨간색이 있으면 하얀색도 필요하듯 저의 자리는 그런 것이라 생각했고, 성격상 다행히도 빨간색이 되고 싶은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한구석에는 늘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기본기가 탄탄했다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졸업 후 무용단 활동과 요가강사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선천적으로 유연하지 않았고, 유연하게 몸을 쓰는 법을 몰랐던 제가 요가 강사를 할 거라고는 저조차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 제가 배운 요가는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였고, 무조건적인 유연성보다는 근력에 좌지우지되는 아사나가 많아 저에게 참 잘 맞았어요.

유연성보다는 근력이 도드라지는 몸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요가 수업을 하면 수강생들은 '이렇게 서서하는 동작이 많은 요가는 처음이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요가라고 하면 앉아서 스트레칭하는 동작 정도에 그치던 때였기에 새롭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습니다. 요가를 아주 오래 한 수강생들에게도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인기가 좋았고, 그덕에 저는 일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 요가 강사를 겸해서 하기에 도움이 되고자 피트니스 트레이너 자격증을 공부합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하나의 충격을 받았어요.


'해부학을 공부하다니!'


지금은 어떤지, 당시에도 다른 학교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무용과를 4년 다니며 해부학이라는 과목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체육계에서도 하는 것을 무용계에서 하지 않는다는 충격은 꽤나 컸습니다.

마땅히 몸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몸을 표현하는 우리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그 길로 피트니스 퍼스널 트레이너와

지금은 스포츠 지도사로 바뀐 생활체육지도자 보디빌딩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몸을 전체로 생각하여 표현하는 무용과,

몸의 국소부위를 타겟으로 하여 성장시키는 보디빌딩은 서로를 보완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근육량이 많으면 몸이 타이트 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단 한번도 해보려 하지 않았던 보디빌딩은 오히려 저희 유연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적당한 근육의 증가는 유연성을 증가 시킨다.'

보디빌딩을 공부하며 제 뇌가 기록한 하나의 개념입니다.


그때 제가 입시부터 해서 몸을 공부한 지 7년쯤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쯤 되니 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기본기는 못 배운 탓이 아닌, 배운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었구나 하는 알아차림을 이제와서 해봅니다.


해부학을 안다는 것은 요가 강사로서의 실력을 쌓는데 굉장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느낌으로 어떻게 하면 몸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하게 사실로 전할 수 있는 힘을 해부학 공부가 만들어준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근육의 이름도 다 기억나지 않지만

해부학 공부가 제게 남긴 것은 '근육의 결'입니다.


근육은 직선이 없습니다.

모두 사선의 방향을 띄고 있습니다.

이 기억은 제 뇌의 한 부분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뇌가 다른 것은 다 잊어도 그것은 잊지 말자, 선택하였다 표현해 봅니다.



사소하거나 중요한 수많은 일들 속에서

제 인생은 또 그럭저럭 무난하게 흘러갑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1년, 2년, 3년.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긴 신혼을 보냈습니다.

결혼과 임신 준비로 무용단 활동이나 여타 강사 일도 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허리 통증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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